대중문화계가 비상계엄 사태를 규탄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여론에 동참했다. 영화감독, 배우, 가수들이 성명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가 하면 여의도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하며 목소리를 냈다.
3000여명의 영화인과 81개 영화 단체는 8일 성명을 내고 “신속하게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파면·구속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에는 박찬호 감독, 봉준호 감독, 배우 문소리, 김혜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영화인들은 “이제 대한민국의 영화인들에게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내란죄의 현행범일 뿐”이라며 “인문학적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무리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도 망상에 그칠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대한민국의 존립에 가장 위험한 존재는 윤석열이며, 대통령이라는 직무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연예인들은 개별적으로도 목소리를 보탰다. 배우 이엘은 모교인 성균관대 총학생회의 비상계엄 선포 규탄 성명을 SNS에 게재한 데 이어 7일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가는 자신의 뒷모습 사진과 함께 “몸 좀 녹이다 재정비하고 다시 국회로”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고아성은 최근 자신이 주연한 영화 ‘한국이 싫어서’를 인용한 ‘한국을 구해야 해서’라는 문구와 함께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SNS에 올렸다.
고민시는 촛불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고현정은 변영주 감독이 SNS에 올린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22학번의 호소문에 불꽃 이모티콘으로 동의를 표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배우 강나언은 7일 자신의 SNS에 한예종 제28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등 교내 단체들이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공유했다. 시국선언문엔 “예술인으로서 우리는 불의에 침묵하지 않겠다. 민주주의적 정의를 억압하는 모든 시도에 책임을 물을 것이고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예술은 권력의 억압에 굴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룹 아이즈원 출신 이채연은 팬 소통 플랫폼에서 “연예인이니까 목소리 내는 것”이라며 “아이돌이 이런 말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것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도 국민”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가수 이승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국민 담화 직후 자신의 SNS에 “시민의 한명으로서 듣기엔 거북하지 그지없었다”는 심경을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