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교 목회자들, 비상계엄 시국선언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나님의 뜻 구하며 행동할 것”

입력 2024-12-08 11:11 수정 2024-12-08 15:29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지난 4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루터교 목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선포한 비상계엄령을 “불의한 권력의 위헌적 계엄”으로 규정하며,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며, 함께 기도하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8일 교계에 따르면 홍택주 목사 등 기독교한국루터회 목사 26인은 지난 6일 ‘불의한 권력의 위헌적 계엄 앞에서:우리의 신앙 고백과 요청’이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내고 이 같이 전했다.

이들은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의 신학적 관점에서 현 ‘12.3 비상계엄’ 사태를 해석하고 신자로서 필요한 자세를 짚었다.

이들은 “세속 권력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 질서를 유지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한에서 우리에게 효력이 있다”며 “만일 지도자가 자신의 권력을 하나님이 주신 국민의 생명을 무시한 채 불법적이고 폭압적으로 위임된 권한을 행사할 때, 이는 창조주를 향한 모독이며, 지도자에게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존엄을 짓밟는 처사이며, 사회 전반에 혼돈과 악을 초청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군인과 국민에게 “불의한 지도자에게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것은 그 불의에 동참하는 것과 같다”며 “모든 국민은 불의한 권력에 저항할 책임이 있으며, 특히 그리스도인에게 이는 하나님의 정의를 이 땅에 세우기 위한 신앙적 사명에 속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와 국회 등 세속정치 지도자들에게는 “지도자들이 자신의 권위를 남용하여 국민을 우롱하고 반헌법적인 행위를 재차 감행한다면, 이는 하나님의 심판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들은 교회와 지도자를 향해 ①불의한 권력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실현되도록 힘쓸 것 ②모든 교회가 양심과 신앙에 따라 행동하며 국민의 편에 설 것 ③지도자는 자신의 권한이 국민에게서 나왔음을 겸손히 새기며 정의와 평화의 소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