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동원, 국민이 비판할 것”… 한동훈 발언 재조명

입력 2024-12-08 09:00 수정 2024-12-08 13:13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외부로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된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과 관련해 했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앞서 원내 지도부가 ‘무기표 집단 기권’을 고려하는 것에 대해 “그런 편법을 동원하면 국민들이 크게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 3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런 편법을 어떤 목적을 위해 동원할 경우에는 국민들이 크게 비판할 것”이라며 “아이디어 차원에서 떠올려본 얘기가 아닐까.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 시 이탈표를 막기 위해 기표소를 거치지 않고 빈 투표용지를 곧장 투표함에 넣는 ‘집단 기권’ 방안이 당내에서 거론되느냐는 질문에 선을 그은 것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당내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 집단 기권 방안이 논의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편법은 국민들이 크게 비판할 것"이라고 답했다. MBC 보도화면 캡처

같은 날 오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집단 기권을 당론으로 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에서는 아마 당론으로 공개투표처럼 명패와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투표해서 사실상 공개적으로 무효표를 만들, 아마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그냥 아이디어인 줄 알았는데 진짜 그렇게 하느냐’고 묻자 “아이디어를 넘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투표 불성립돼 자동 폐기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한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사안은 다르지만 투표를 무산시키는 방식을 ‘편법’이라 칭했던 한 대표의 발언과 국민의힘이 결국 당론으로 탄핵안 표결을 보이콧한 것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의 제안 설명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의석이 비어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은 7일 오후 5시 국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마친 뒤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앞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던 안철수 의원만 남아 표결에 참여했다. 뒤이어 김예지·김상욱 의원이 차례로 돌아와 투표에 동참했다. 다만 김상욱 의원은 당론에 따라 탄핵안에 반대했다.

김상욱 의원은 표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투표는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국회의원의 의무이고 역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국회의원으로서 국민들이 지켜보는 이 중요한 탄핵 투표에 찬성이든, 반대든 자기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들을 위한 자세”라고 말했다.

또 “당론에 따라 (본회의장을) 나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나오면서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며 “의총장으로 갈 수 없었고, 도망치듯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서울역에 도착해 (울산으로) 내려가는 기차를 타려는 찰나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발걸음을 돌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뒤 소속 국회의원 일동 명의 입장문을 통해 “국정 마비와 헌정 중단의 비극을 되풀이할 수 없었다”며 “따라서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 탄핵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우리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민주정당이 아닌 내란 정당, 주권자를 배신한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