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경은 그동안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3, ‘별똥별’ ‘역도요정 김복주’ ‘닥터스’ 등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2018년엔 드라마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타임’에 앙상블 전문 뮤지컬배우 역을 맡아 직접 피아노를 치고 대역 없이 노래를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청아한 음색과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을 지닌 이성경은 지난해 가수 임슬옹, 이찬혁과 각각 듀엣곡 ‘이별이 다시 우릴 비춰주길’ ‘잘 먹고 잘 살아’를 불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성경이 올해 ‘알라딘’(~내년 6월 22일까지 샤롯데씨어터)의 여주인공인 자스민 공주 역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알라딘’은 디즈니에서 1992년 선보인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다. 디즈니의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자스민 역에 캐스팅된 이성경은 지난달 22일 ‘알라딘’의 개막공연에 배우 김준수와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개막 초반엔 무대에서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성경 외에도 영화와 드라마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스타 배우들이 올겨울 무대에 잇따라 등장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연인’와 영화 ‘시민 덕희’ ‘올빼미’ 등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안은진은 국립극단의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 여주인공인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1868~1921) 역으로 출연 중이다. 여성은 투표조차 할 수 없었던 19세기에 레빗은 과학에 대한 열망과 개척정신으로 천문학을 바꿔버릴 만한 발견을 했다.
안은진은 드라마와 영화로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게 됐지만, 그 출발은 무대였다. 2012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앙상블로 데뷔한 이후 점점 연극과 뮤지컬의 주인공으로 러브콜을 받게 됐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2017년 ‘유도소년’ 이후 7년 만의 무대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영화 ‘극한직업’ ‘베테랑’ 등으로 천만 배우가 된 이동휘와 드라마 ‘안나’ ‘굿파트너’로 호평받은 배우 김준한은 연극 ‘타인의 삶’(~내년 1월 19일까지 LG아트센터 유플러스 스테이지)을 통해 무대에 데뷔했다. 이 작품은 2007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을 무대화했다. 도너스 마르크가 감독한 영화 ‘타인의 삶’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기 전 예술가들에 대한 동독 정부의 감청과 감시를 그렸다. 이동휘는 동독 비밀경찰 비즐러, 김준한은 반체제적 성향의 극작가 드라이만으로 각각 출연하고 있다.
모델 겸 영화배우로 활동 중인 장윤주는 창작뮤지컬 ‘아이참’(~12월 29일까지 국립정동극장)을 통해 뮤지컬 데뷔 신고식을 마쳤다. 대뷔 이후 27년만의 무대 출연이다. 장윤주는 지난 2008년 첫 정규 음반 ‘드림’을 발표한 이후 꾸준히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인공으로 출연 중인 이 작품은 1933년 국내 처음으로 화신백화점에 미용실을 오픈한 실존 인물 오엽주의 삶을 모티브로 했다. 한국 최초 미용사라는 테두리를 넘어 시대가 정해놓은 틀을 깨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예술가로서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이외에 중견 배우 김상경도 1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김상경은 스테디셀러 연극 ‘대학살의 신’(~내년 1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 출연하고 있다.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가 쓴 이 작품은 아이들 문제로 만난 두 부부가 대화로 해결하려다가 결국 감정이 상해 몸싸움까지 벌이는 소동을 다뤘다. 또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미스터 선샤인’에서 악역으로 열연한 김남희도 4년 만에 무대에 돌아왔다. 김남희는 우루과이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가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2인극 ‘테베랜드’로 관객가 만나고 있다. 김남희가 맡은 극작가 S는 아버지를 죽이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마르틴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려는 인물이다.
유명 배우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는 것은 영화와 TV 드라마, OTT 시장의 위축으로 작품 제작 편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배우 전도연과 박해수가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에 출연해 화제를 모으는가 하면 조승우가 연극 ‘햄릿’의 타이틀롤을 맡아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등 스타 배우들의 무대 출연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은 것도 무관치 않다. 올 연말에는 이성경이나 이동휘처럼 데뷔도 있지만, 안은진이나 김남희처럼 과거에 활동하다가 매체로 옮겨갔던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돌아온 것이 눈에 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