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세계평화의 섬’ 지정 20주년을 앞두고, 세계평화의 섬 지정에 따른 평화실천사업의 하나로 추진돼 온 제주포럼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문정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6일 제주 아스타호텔에서 ‘제주 세계평화의 섬 20년,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열린 제주언론인클럽·제주연구원 공동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앞서 1991년 제주에서 열린 한·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처음 ‘평화의 섬’ 구상을 제시하고,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선포하는데 기여했다.
문 전 특보는 ‘제주 세계평화의 섬 20년: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한 기조 강연에서 “2005년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평화 협력의 거점으로 제주도를 선택해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했고, 20년이 지난 현재 ‘평화’는 제주도가 지향하는 발전 방향과 가장 잘 부합하는 가치로 정착했다”고 평가했다.
문 전 특보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집행위원으로 있을 때 제주도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는데, 당시 평화의 섬이라는 제주의 브랜드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문 전 특보는 “하지만 ‘세계평화의 섬’ 지정 이후 핵심 사업으로 추진된 제주포럼(당시 제주평화포럼)이 대통령 행사에서 외무부장관 행사로 격이 낮아지고 변질되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 전 특보는 “가장 큰 문제는 포럼 세션이 백화점 나열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럼의 주제와 세션을 국제적 이슈와 연결해 구성하는 등 창의적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경민 국제평화재단 사무국장도 제주포럼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국제평화재단은 제주도 및 동아시아재단과 제주포럼을 공동 주최하는 기관이다.
고경민 사무국장은 ‘지속가능한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과제:지역 언론의 역할 모색’이란 제목의 발제에서 “2005년 ‘세계평화의 섬’ 지정 이후 정부와 제주도는 17개 평화실천사업에 2152억원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고 사무국장은 “그중 제주포럼은 담론 형성의 장으로, 세계평화의 섬을 상징하는 행사”라고 전제했다.
고 사무국장은 “하지만 제주포럼은 격년제에서 연례제로 정례화되고, 참여기관이 늘어 규모가 확대된 성과 이면에 도민 관심 부족, 나열식 세션 구성 등의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며 “20주년을 맞는 내년부터는 각 세션이 주제와 응집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국제평화재단이 깊이 관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포럼’은 역사적인 6·15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해 이듬해인 2001년 ‘제주평화포럼’이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격년제로 열리던 제주포럼은 2011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으로 명칭을 바꾸고, 이듬해부터 연례 행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올해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지난 5월 29~31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제주도·국제평화재단·동아시아재단이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했다.
한편 6·15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2박 3일 동안 가진 정상회담이다. 남북한 정상이 직접 만난 것은 1945년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당시 55년 만에 처음이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