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무산’ 귀갓길에도 울려 퍼진 ‘윤석열 퇴진’…“계속 집회 나올 것”

입력 2024-12-07 23:16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본회의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으로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표결 불성립’으로 끝났다. 다만 표결 이후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은 밤늦게까지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시민들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끊임없이 “윤석열을 탄핵하라”를 외치며 다음 집회를 기약했다.

이날 오후 9시22분쯤 의결 정족수 미달로 탄핵안이 폐기된 후 시민들은 서울 여의도역으로 향하면서도 “윤석열 퇴진해”를 연호하며 길을 걸었다. 올해 수능시험을 본 이후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모(19)씨는 “국회의원들이 투표에 불참한다는 꼼수를 쓸 줄은 몰랐다”며 “국민의힘에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다음 번 집회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모(27·여)씨는 “오늘을 계기로 국민들이 결집해서 시위 규모가 더 커졌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시위 참여를 계속해서 하루 빨리 상황이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폐기된 이후 귀가하지 않고 국민의힘 당사 앞에 남아 ‘국민의힘 해체’를 외치는 시민들 모습. 한웅희 기자

탄핵안이 폐기됐지만 귀가하지 않고 국민의힘 당사 앞에 남아 ‘국민의힘 해체’를 외치는 시민도 다수였다. 이날 오후 10시30분 기준 약 200여명의 시민이 당사 앞에서 “국민의힘 해체하라” “너희들은 포위됐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때 당사 창문에 사람의 형태가 보이자 “얼굴을 보여라” “부끄러워 죽겠다”는 고성도 터져나왔다.

밤늦게까지 당사 앞에 남은 이들 대다수는 대학생이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중인 이기람(19)씨는 같은 학과 학생 15여명과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작금의 사태는 국민의힘이 민주 정당인지, 윤석열 개인의 사당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당장 오늘도, 내일도, 다음 주도 전공 시험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지만 저를 비롯한 동기들은 선배들이 지켜온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계속 여의도로, 광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국회 앞 담벼락에 서 LED촛불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밤늦게까지 집회 장소에 남아 쓰레기를 치우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전경진(30)씨는 탄핵안이 폐지된 이후 30분 동안 국회 앞 광장을 돌며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담았다. 전씨는 “집회 장소에 쓰레기가 남아있으면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비판할 텐데, 국민을 배반한 이들에게 어떠한 트집도 보이기 싫다”며 “지금 열명 넘는 시민들이 나서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탄핵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무산된 이후 일제히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범국민촛불대행진은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매일 국회 앞에서 촛불을 들고, 또 주말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규모 촛불을 들어 올릴 것”이라며 “우리는 윤석열이 탄핵당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헌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시민들의 거대한 저항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최원준 한웅희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