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인파가 7일 여의도 국회 앞에 집결해 촛불집회를 연 가운데 외신은 평화적인 시위 문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AFP통신은 “탄핵 표결을 앞두고 시위대 중 많은 이들이 정성 들인 의상을 입고 직접 만든 깃발을 들거나, 집회의 필수요소가 된 K팝을 틀었다”며 “K팝 속에서 참가자들이 즐겁게 뛰어다니고, 형형색색의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드는 등 일부 시위는 댄스파티를 연상케 했다”고 전했다.
AFP는 일례로 지난 6일 열린 한 집회에서는 걸그룹 에스파의 ‘위플래시’가 울리는 가운데 젊은 참가자들이 음악에 맞춰 뛰면서 “탄핵, 탄핵, 윤석열!” “사퇴, 사퇴 윤석열!”을 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스파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나니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전한 한 시위자의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을 소개했다.
앞서 5일 시위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재생됐다며 “유명 걸그룹의 경쾌한 데뷔곡인 이 노래는 정치적인 내용으로 여겨진 적이 없지만 2016~2017년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집회에서 젊은 여성 시위대의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AFP는 이 밖에도 크리스마스 캐럴 ‘펠리스 나비다드’를 개사한 노래나 각종 학창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가 시위 곡으로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또 일부 시위대가 ‘나는 스파게티 몬스터 연맹’ ‘혼자 온 사람들’ ‘강아지 발 냄새 연구회’ ‘꽃 심기 클럽’ ‘잠들지 못하는 편집자들’ 등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깃발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통신사인 AFP는 일부 시위대가 단두대 모형이나 바게트 등 프랑스의 집회 문화를 연상케 하는 소품을 가져왔다는 것에 주목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토요일 국회 앞 시위가 최대 규모를 예고한 가운데 축제와 같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면서 “국회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커다란 스크린과 음향 장비들이 설치됐고, 연사들과 공연자들이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군중을 이끌었다. 노랫말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NYT는 “국회 주변 세 곳의 지하철역이 폐쇄됐지만 사람들은 계속 몰려들었다”며 “사람들은 거의 일주일간 이어진 추운 날씨에 대비해 담요를 두르고 손팻말을 들었고, 멀리서부터 음악과 구호가 들려왔다”고 묘사했다.
또 많은 부모가 어린 자녀를 집회에 데려왔다며면서 두 살배기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집회에 나온 한 엄마의 “아들이 다시 계엄령이 선포된 나라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