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한예종 출신 탈북 기타리스트’는 유은지(37)씨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7일 경기도 하남 혜림교회(김영우 목사)에서 만난 유씨는 북한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나 2011년 중국을 통해 남한으로 넘어왔다. 남한에 넘어오기 전까지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그는 1994~1999년 고난의행군 시기에 유년 시절을 보냈음에도 음악을 배우고 지인의 도움을 받아 탈북하게 된 것이 그저 ‘운’이라고 생각하던 것이다.
유씨는 “북한에 있을 당시에는 기독교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막연하게 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었다”면서 “북한 정권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게 됐을 때 이제부터는 나 자신만을 믿겠다고 다짐했었다”고 고백했다. ‘믿을 건 나뿐이야’라고 생각했던 그는 지인의 권유로 생애 처음 교회를 가게 됐다. 유씨는 “당시에는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 얼떨결에 가게 된 날 예수를 믿게 됐다”며 “그런데 그날 나를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랑하신다는 설교 내용을 듣는데 이유를 알 수 없게 눈물이 펑펑 쏟아졌고 평안함을 느꼇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북한 주민들보다 좀 더 일찍 남한으로 가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음악으로 문화선교를 해.” 유씨가 깨달은 하나님의 뜻은 이렇다. 그는 “북한 정부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한류와 하나님”이라며 “북한 정권은 남한의 선진문화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열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북한 주체사상에서 기독교는 박해 1순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에서 믿는 대부분 종교가 기독교라는 점도 북한이 기독교를 심하게 탄압하는 이유”라며 “기독교인을 통해 탈북하거나 도움을 받은 탈북민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복음이 흘러간다”고 덧붙였다.
이날 혜림교회(김영우 목사) 복음통일소망부와 서현교회(이상화 목사) 통일선교부가 진행한 ‘통일선교 아카데미’는 유씨와 같은 탈북민과 평화통일을 바라며 기도하고 관심 갖기 위해 진행한 행사다. 통일 선교를 향한 두 교회의 바람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교회의 통일 선교 지향’을 주제로 강단에 선 기독교통일학회 설립 회장 주도홍 교수는 “한국교회는 복음 선포인 ‘케리그마’뿐 아니라 헌신과 섬김인 ‘디아코니아’에 힘써야 한다”며 “북한 선교에 순수한 복음으로 나아간다면 북한 주민, 북한이탈주민 모두를 감동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독일교회연합은 동독을 분단 내내 한순간도 중단하지 않고 도왔다. 하나님의 때는 언제 올지 알 수 없다”며 “독일통일의 ‘조용한 개신교 혁명’을 기억하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자신을 날마다 선한 기독교인으로 단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저녁 경북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에서는 ‘제1회 통일의 밤’이 열렸다. 교회는 경산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민을 초청해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00여 명의 탈북민이 참여한 가운데 크리스천 댄스팀 마피(MAPI), 주찬양 탈북민 중창단, 상인제일교회 탈북민 워십팀, 백화요란 난타팀이 행사에 참여했다.
김종원 목사는 “매년 북한을 위해 기도하던 행사를 좀 더 확대해 지역 사회의 탈북민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홍일채 북한선교부 목사는 “통일이 된다면 이 자리의 모습과 같을 것이라 상상해본다”며 “남과 북이 하나 돼 공연하고 축복하는 모습은 우리가 모두 본향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길동무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