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데 이어 정족수 부족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 발표가 미뤄지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시민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몰려가 “국힘 해체”를 외치며 탄핵 표결 동참을 촉구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이날 오후 5시43분쯤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찬성 198표, 반대 102표였다. 부결 발표와 동시에 국회 앞 집회 현장 곳곳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몇몇 시민은 거친 말과 욕설을 쏟아냈다. 한 50대 남성은 인파를 헤치고 앞장서면서 “열 받아서 당장 국회로 쳐들어가자”고 외쳤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정족수 부족으로 오후 7시30분 현재 표결 결과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이날 오후 5시50분쯤 안철수 김예지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퇴장하며 탄핵안 표결에 불참할 거란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 사이에선 야유가 터졌다.
일부 시민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을 실시간 생중계로 지켜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당 의원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집회 현장은 “탄핵!” “하야하라!”는 외침으로 뒤덮였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30대 부부는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혔다. 남편 김모씨는 “정치권에서 국민들을 위한 건설적인 토의가 아닌 이권 다툼만 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아내 박모씨도 “생전 처음 겪는 계엄 상황에 굉장히 무서웠는데, 당분간 이 혼란이 더 심해질 것 같아 무섭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국민의힘 당사 앞에 있던 여당 지지자 30여명은 김 여사 특검법 부결 이후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퇴장하자 “우리가 이겼다”며 해산했다. 반면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부끄러운 줄 알아라”며 고성을 질렀다.
이후 시민들은 점차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내란 공범” “국힘 해체”를 외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사 앞에 모인 시민 수는 점점 늘었다. 일부 시민은 “너희들이 국회의원이냐”고 소리를 쳤다. 한 40대 남성은 한 경찰 기동대원에게 “너희들이 왜 국민의힘을 지켜주느냐”며 험한 말을 쏟아냈다. 일부 시민은 국민의힘 의원 퇴장을 막기 위해 국회를 에워싸고 나섰다.
한편 서울 광화문에선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도 열렸다. 이들은 이날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이 부결되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며 탄핵안 부결 가능성이 높아지자 “우리가 이겼다”며 환호했다. 국민의힘 의원 중 표결에 참여한 안철 수 김예지 의원을 향해선 “배신자”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 5일 국회에 보고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72시간 이내 표결을 완료해야 한다. 이에 따라 최종 표결은 8일 오전 0시30분쯤 완료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 투표를 거부하면서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확대일로였던 촛불집회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최원준 한웅희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