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표결 전 여의도 메운 시민들… “국민 뜻 보여주자”

입력 2024-12-07 16:00 수정 2024-12-07 19:52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석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는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시민들이 물밀 듯 모여들었다. 어린아이부터 지팡이를 짚고 온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집회에 함께 했다. 영하권의 날씨에 시민들은 서로 핫팩, 차 등 물품을 나누며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7일 오후 3시쯤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선 노동자 집회, 대학생 시국대회, 촛불행동 집회 등이 잇달아 열렸다.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오후 2시30분쯤부터 여의도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국회대로에 미처 진입하지 못한 시민들은 여의도 언덕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시민들 손에는 ‘윤석열을 탄핵하라’ 등이 쓰인 팻말이 들려 있었다.

시민들은 국민의 뜻을 보여주고자 국회를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조모(24·여)씨는 “집회에 한 사람이라도 더 오면 국민의힘도 여론의 의식해서 탄핵을 반대하는 마음을 바꾸지 않을까 해서 아는 동생들과 함께 왔다”며 “오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결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때까지 계속 야당 등에 힘이 돼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어린아이 손을 잡고 집회에 참석하거나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 단위 참가자도 많았다. 5살 아들을 데리고 여의도를 찾은 김지명(42)씨는 “아들이 아직 아무것도 모를 나이지만, 나중에 본인이 이런 역사적인 현장을 찾았는지 여부는 삶을 살아가는 데 큰 차이를 만들 것”이라며 “아들이 지금 상황에 대해 이해는 잘 못 했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잘못해서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는 것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는 시민단체나 정당에서 꾸린 각종 부스가 차려져 있었다. 부스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지지 문구가 쓰인 팸플릿이나 핫팩, 초 등을 나눠주고 있었다. 추운 날씨 탓에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에 커피나 차를 타서 나눠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반면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선 일부 시민이 모여 ‘탄핵 저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재명을 후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30대 남성 최모씨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탄핵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되면 나라가 좌경화될 것 같아 우려하는 마음으로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모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집회에 참가자가 몰리면서 오후 3시40분 현재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열차가 서지 않고 통과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동작역, 노량진역 등 일부 9호선 환승역에서는 역무원과 경찰 등이 승강장 통제 등 인파 관리에 나서고 있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이날 오후 3시26분 기준 3만명의 시민이 집회에 참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여의도를 비롯한 서울 전역에 경력 135개 중대, 총 1만2000여 명을 투입해 집회를 관리하고 있다. 경찰은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시위대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5시에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6개 야당 소속 의원 190명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 191명이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 표결한다.

김승연 최원준 한웅희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