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여당의 ‘탄핵 반대’ 당론이 굳어지고 있다.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질서 있는 퇴진’에 방점을 찍으며 사실상 입장을 선회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최선인 방식을 논의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이번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큰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며 사실상 탄핵 찬성으로 해석됐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대통령이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에 대해 당에 일임한다고 말했다”면서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리와 당이 민생 상황이라든가 중요 상황들을 긴밀히 논의해 민생이 고통받고 대외 상황이 악화되는 일을 막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임기 단축 개헌’ 가능성에 대해서는 “임기를 포함해 당에 일임됐고, 그것을 제가 ‘논의하겠다,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탄핵만은 안 된다는 말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이날 오후 예정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부결’에 힘을 실었다. 한 대표의 입장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공개 찬성했던 친한계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조기 퇴진에 대한 로드맵을 빨리 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단 한동훈 대표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채널A에 나와 “이탈표는 거의 제로(0)로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태 수습책으로 윤 대통령의 2선 후퇴와 임기 단축 개헌 카드 등을 대안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에 방점을 찍고 당력을 집중하는 게 현재 상황에서는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선으로 물러나되 탈당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겠다”며 국민의힘에 자신의 거취를 맡긴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은 책임총리가 이끄는 비상 거국 내각을 구성하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해서는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여권 내에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대선을 치르는 방안이 논의된 적이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탄핵 부결’에 방점을 찍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대국민담화 후 의원총회 내용에 대해 “저희 당 입장은 탄핵 부결”이라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은 재적의원 300명 출석 기준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범야권이 192명인 점을 감안하면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면 탄핵안은 부결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