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2024년에 계엄 큰 충격… 강압의 과거로 돌아가지 않길”

입력 2024-12-06 22:27 수정 2024-12-06 22:37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강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롬 노벨박물관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계엄령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난 며칠 동안 많은 한국분들도 그랬던 것처럼 저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당시의 계엄 상황을 공부했다”면서 “2024년 겨울의 상황이 (예전의 계엄과)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돼서 모두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젊은 경찰분들, 군인분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 아마 많은 분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뭔가 판단을 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들의 모습은)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질 않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벨위원회는 오는 10일 노벨상 시상식을 전후해 6일부터 12일까지 1주일간 수상자들과 함께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노벨 주간’을 연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11명 중 유일한 여성이자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이날 노벨 주간의 첫 행사로 1시간 가량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한강이 기자들과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한강은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는 “문학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어 가는 그런 행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어떤 내적인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며 “문학은 여분의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강은 이날 “‘채식주의자’가 받고 있는 오해에 대해서도 잠깐 해명하고 싶다”며 “‘채식주의자’는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고, 수많은 질문들로 가득 찬 소설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폭력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인간이 이 세계에서 완벽하게 폭력을 거부하는 게 가능한가, 이런 질문을 다루고 있다. 뭐가 정상이고 뭐가 광기인가라는 질문도 있다. 누가 더 이상하지? 영혜(주인공)가 정말 이상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영혜를 둘러싼 세계가 더 이상한 게 아닐까? 그런 질문들을 던진 것이다. 답을 주는 게 아니라”라고 덧붙였다.

그는 ‘채식주의자’가 유해도서로 낙인찍히고 도서관에서 폐기된 것에 대해 “가슴이 아팠던 게 사실”이라며 “지난 몇 년간 한국의 도서관에서 몇천 권이 폐기되거나 열람 제한 됐는데, 자꾸 이런 상황이 생기면 검열이 될 거 같다. 그래서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책은 굉장히 중요한 존재이고, 책을 읽으면서 공존하는 법, 타인을 이해하는 법,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그럼으로써 성숙한 태도를 갖게 되고 열려 있는 공동체가 된달까, 그런 것 같다”며 “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중·고등학교를 통과할 때까지 멈춤 없이 1년에 최소한 책 서너 권을 읽고 토론하는 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도 했다.

한강은 7일에는 오후 5시부터 한림원에서 1시간가량 강연할 예정이고, 12일 밤에는 왕립드라마극장에서 스웨덴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한다. 노벨상 시상식은 10일 오후 4시 스톡홀름 랜드마크인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