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 손준성 검사장, 항소심서 무죄

입력 2024-12-06 18:32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손 검사장이 관련 문건을 직접 만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전달한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고, 전달 과정에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법 형사6-1부(재판장 정재오)는 6일 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범죄사실 증명이 없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1심에선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고발장 등 메시지가 손 검사장으로부터 국민의힘 김웅 전 의원으로, 이어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전달됐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소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전 의원에게 도달한 메시지가 피고인이 보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급자 지시에 의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합리성 있는 의심”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고발장이 전달된 것으로 지목된 시기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과 김 전 의원 사이에 특별한 친분 관계가 없다는 점도 제3자 개입 가능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김웅은 사법연수원 동기 외에 특별한 친분이 없고, 이 사건 전후로 직·간접적인 연락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김웅이 검찰을 사직하자마자 국회의원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하는 가운데 시간을 할애해 피고인과 소통하며 피고인의 부탁을 받고 그 취지를 조성은에게 전달한 동기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손 검사장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시절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두 차례 고발장 이미지와 실명 판결문 등을 텔레그램 메신저로 김 전 의원과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자료 생성과 전달에 관여한 게 맞다고 봤다. 조씨가 김 전 의원에게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상단에 적힌 ‘손준성 보냄’ 표시가 핵심 근거였다. 손 검사장과 김 전 의원 사이에 ‘제3자’가 끼어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 전달책’에 불과하다고 봤다. 다만 수사기관에 고발장이 제출되지 않은 점을 들어,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손 검사장은 무죄 판결 후 법정을 나서며 “충실한 심리 끝에 무죄 선고를 내려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역대 수사한 사건 중 처음으로 이 사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번에 무죄로 뒤집혀 원점으로 돌아갔다.

공수처는 “판결문을 받아본 후 상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