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추진 및 실행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선포 약 4시간 반 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6일 행정안전부는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이 장관이 3일 오후 6시쯤 김 전 장관의 전화를 30초가량 수신했다고 밝혔다. 이달 1일부터 4일까지 양측 사이 수발신 내역은 이 통화가 유일하다.
행안부는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장관은 해당 통화 경위와 대화 내용을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전화는 아예 받지 않았고 메시지는 읽었으나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 장관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다.
두 사람의 통화가 이뤄진 것은 이 장관이 급히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하던 때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전날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 등에서 3일 오후 5시40분쯤 울산에서 서울행 KTX를 탔다고 밝혔다. 애초 오후 9시쯤 비행기로 상경하려던 계획을 바꾼 것이다. 그는 오후 8시 넘겨 서울에 도착한 뒤 계엄을 논의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장관은 “점심 무렵에 대통령님과의 일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지만 그 출처는 함구했다.
행안부는 이 장관이 이달 1~4일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과 통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엔 “내역이 없다”고 답했다.
‘2차 계엄’ 일어난다면?…이상민 “강력하게 만류할 것”
한편 이 장관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당장 내일 윤석열 대통령께서 계엄을 다시 해야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일(계엄)이 발생한다면 강력하게 조언을 드리고 만류를 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권한이기 때문에 정부 각료가 막아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대통령께서는 헌법적 절차와 법을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 계엄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으면 이런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회의 권한을 막으려고 마음먹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국회를 막으려 했으면 할 수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과 관련해 신정훈 행안위원장이 “그 얘기가 말입니까? 국무위원으로서?”라고 질타하자 이 장관은 “그 발언에 대해서는 취소하겠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