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셸 바르니에 정부의 붕괴로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지난 7월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마크롱의 집권당 ‘르네상스’가 과반 확보에 실패했고, 진통 끝에 출범한 바르니에 정부는 3개월 만에 의회에 의해 축출됐다. 야권이 정부 불신임안 가결 이후 마크롱 대통령의 동반 퇴진을 압박하면서 그는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야권은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까지 요구하고 있다.
정부 불신임안 통과를 주도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 내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누엘 봉파르 의원은 이날 밤 BFM방송에 출연해 “안정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틸드 파노 LFI 하원 원내대표 역시 “혼란의 주범은 지난 7년간 마크롱 대통령이었다”며 사임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마크롱의 퇴진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반면,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원내대표는 TF1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를 승리로 보지 않는다”고 말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과 관련한 질문에는 “결정은 그가 스스로 내릴 일”이라며 조기 대선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르펜 대표는 “모든 세력이 함께 수용 가능한 예산안을 공동으로 만들겠다”며 여야 협력을 강조했다.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PS) 대표도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정치적 위기에 대한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이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유권자 64%가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남은 2년여의 임기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전날 방송 쎄뉴스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이라며 사임 가능성을 일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5일 밤 대국민 연설에서 불신임 통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고, 차기 총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은 정부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이 새 총리 임명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7일 예정된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행사 전에 새 총리를 발표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다수의 세계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현지 일간 프랑스24는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인 세바스티앵 레코르뉘 국방장관과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 전 교육장관을 차기 총리 유력 후보로 지목했다. 아울러, 좌파 정치인 중에서는 사회당 출신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가 거론되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