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을 서둘러 마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5일 귀국했다. 김 전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와 관련해 “이 위기를 초래한 무모한 권력에 대한 탄핵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이어 “탄핵에 반대하면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음으로써 내일의 범죄를 부추기는 어리석고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겨냥한 발언이다.
김 전 지사는 귀국 이유에 대해선 “계엄 사태를 거치면서 지금은 단 한 사람의 힘이라도 거리에서 싸우는 국민에게 힘을 보태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 전 지사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또다시 서울의 봄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즉각 귀국 의사를 밝혔다. 애초 내년 2월쯤 돌아올 예정이었다.
김 전 지사는 공항에서 곧장 국회로 이동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연이어 만났다. 그는 이 대표와 회동을 마친 뒤 “오랜만에 봬 그동안 못 나눴던 얘기들을 많이 나눴다”며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가 해제를 의결하는 과정에 교포들이 대단히 고마워한다. 제가 한국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우 의장이나 이 대표를 만나면 ‘꼭 감사하다’고 전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2년 12월 특별사면돼 이듬해 8월 영국 런던정경대 방문교수 활동차 출국했다. 이후 독일에 머물며 공부해왔다. 김 전 지사는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는 여러 정치권 인사들과 만나며 활동폭을 넓혀나갈 전망이다.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의 위기 상황을 빨리 해소하는 데 함께하는 것이 저로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 할지는 그 속에서 함께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 귀국으로 비명(비이재명)계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계엄 사태를 통해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결속이 더욱 공고해진 상황이라 당장은 존재감 부각이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