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해제 이틀 지났는데…10번째 ‘박정희 동상’ 제막식

입력 2024-12-05 20:32
5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서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열 번째 동상 제막식이 5일 경북도청 앞 천년숲 광장에서 열렸다. 시민단체들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규탄했다.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제막식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8.2m 높이의 박 전 대통령 동상 앞면 하단에는 ‘오천년 가난을 물리친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라는 어록이 새겨졌다. 뒷면 하단에는 박 전 대통령의 생전 어록이 적혀있다.

동상 뒤에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 사진 등을 소개하는 배경석 12개가 나열됐다.

5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화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추진위는 11억5000만원을 모금해 동상을 만들었다. 김형기 추진위 단장은 “박정희 정신으로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자유민주 통일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동상을 세웠다”고 했다.

동상 인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축하 화환도 놓였다. 당초 전광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윤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의 여파로 일정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제막식 전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과 시민단체 등의 기자회견도 열렸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경제를 살렸다는 말은 억지 위인 만들기”라며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의 짓밟힌 권리 위에 세워진 것이며 농민들의 피눈물 없이 이룩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5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앞두고 '친일 유신 독재자 박정희 동상 건립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헌택 안동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이제는 대통령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윤석열이 그제 선포한 비상계엄을 국민이 막아냈다”며 “비상계엄 하면 떠오르는 논란의 인물을, 독립군을 때려잡고 수많은 노동자와 민주 열사들을 죽이고 탄압한 자의 동상을 이곳에 세워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공개된 박 전 대통령 동상은 10번째 동상이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은 경북 청도·경주·포항·구미 등에 8개가 있다. 지난 10월에는 영남대가 개교 77주년을 맞아 동문으로부터 제작 비용 4억원을 기부받아 9번째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웠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