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모두 반대했다지만… 국무위원 누구도 막지 못했다

입력 2024-12-05 19:05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안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이후 대부분 계엄 선포에 우려 내지 반대 뜻을 표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내란 혐의 여부 수사가 시작되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당시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누구도 윤석열 대통령의 뜻을 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찬성한 국무위원이 누구였냐’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찬성·반대가 있지는 않았으나, 반대라는 표현을 쓴 분 자체는 두어명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무위원 대다수가 우려를 표시했다.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도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국무위원 개개인이 느끼는 상황 인식·책임감과 국가 통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느끼는 상황인식·책임감은 다르다’고 말씀하셨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또 행안부 장관으로서 어떤 의견을 밝혔는지를 묻는 모경종 민주당 의원 질문에 “(계엄 선포) ‘시기가 적절하냐,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우려를) 말씀드렸다”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선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바로 윤 대통령이 이석하면서 충분하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이 위법·위헌이라는 데 동의하느냐’는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질의에 “동의한다”고 답했다가 그 뒤 “계엄령 선포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위헌 여부는 제가 판단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3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위원들은 이처럼 계엄 선포를 반대하거나 우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비상계엄 선포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선포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들며 우려를 표했다고 알려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역시 계엄 선포 시 미칠 외교적 파장 등을 우려해 가장 먼저 반대 의사를 표했다고 말한다. 통일부도 김영호 장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참석자가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국무위원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결국 비상계엄 선포는 대다수 국무위원 반대에도 윤 대통령 단 한 명의 의지로 강행됐다는 뜻이 된다. 정치권에선 비상계엄 선포 심의에 책임이 있는 국무위원들이 이후 내란 혐의 문제가 부각되자 면피성 면병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행안위 전체회의는 이상민 장관 발언을 둘러싼 여야 격돌로 파행했다. 이 장관은 “이번 사안을 내란죄다, 내란의 동조자다, 내란의 피혐의자다 이렇게 표현하는 부분에 대해 좀 더 신중을 기해주셨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뭐가 신중하지 않다는 것이냐” “사과하라”고 거칠게 항의했고, 국민의힘 측은 “(비상계엄 조치를) 내란죄로 이미 규정하고 현안질의를 한다면 저희는 참석할 의미가 없다”며 전원 퇴장했다.

이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솔직히 말해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으면 이런(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가능하지 않지 않았겠는가”라며 “국회 권한을 막고자 마음 먹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발언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