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계획과 준비, 실행 및 계엄군 철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밀한 합작’ 속에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계엄군을 총괄 지휘하는 계엄사령관조차 군의 국회 진입 작전 지휘에서 사실상 배제됐고, 비상계엄 선포 사실 역시 언론보도를 통해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국방부·군 지휘부 대상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직후 국회에 계엄군이 투입된 배경과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포고령이 발표된 경위 등을 파악했다.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사표가 수리돼 불참했고, 김선호 국방부 차관이 장관 직무대리로 대신 출석했다. 군에서는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만 참석했다. 박 총장은 전날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실은 “엄중한 안보상황 하에서 안정적 군 운영이 필요하다”며 반려했다.
이날 핵심 쟁점은 헬기까지 동원한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작전을 누가 지시했는지 여부였다. 박 총장은 “(제가) 군부대 투입 명령을 하지 않았다. (누가 지시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차관은 “병력 투입 지시는 장관이 했다”고 밝혔다. 병력 철수 지시에 대해서는 박 총장이 “철수 명령은 장관이 했다”고 말했다.
위헌 논란이 제기된 포고령에 대해 김 차관은 “작성 주체는 제가 확인할 수 없고,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국방부에서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작성 주체가 윤 대통령인지 김 전 장관인지 추궁했지만 박 총장은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포고령 작성 주체가 최소한 김 전 장관 이상의 윗선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총장은 포고령에 대한 법무검토 필요성을 김 전 장관에게 제안했던 사실도 밝혔다. 이에 김 전 장관은 박 총장에게 “이미 검토가 완료됐다”고 답했다고 한다. 야당은 ‘국회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포고령 조항이 특히 위헌·위법 소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김 전 장관을 제외한 군 수뇌부에서 비상계엄을 미리 알지 못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김 차관은 “언론을 통해서 (비상계엄 발표를) 들었다”고 했고, 박 총장도 “대통령 담화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국민일보에 “계엄군 투입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계엄 발령에 따라 장관 명령에 의해 이뤄졌고, 예하 지휘관과 병력은 장관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김 전 장관은 계엄군을 직접 지휘한 이유에 대해 “계엄사령관 임명이 늦다보니 계엄상황실이 구성될 때 까지라도 합참지휘통제실에서 장관이 지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구자창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