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전 피자 2판 값 ‘비트코인 1만개’ 1조4000억 됐다

입력 2024-12-06 00:01
비트코인 동전 모형과 피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의 벽을 넘었다. 2008년 백서에서 처음으로 언급된 지 16년 만이자 2010년 미국에서 1만개를 피자 2판과 바꾼 첫 번째 거래가 성사된 지 14년 만의 일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한국시간으로 5일 오전 11시36분쯤 1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미국 암호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6.34%, 1주 전보다 7.77% 상승한 10만2905달러(약 1억4560만원)를 가리키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한두 가지로 설명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거론되는 핵심 요인은 시장에 풀린 유동성과 투자 심리다. 올해 강세장은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에 따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뉴욕증시 상장, 지난 4월로 추정되는 채굴 반감기,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가 투자 심리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비트코인 전략 비축” 공언한 트럼프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집권 2기 행정부의 정책 수혜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Trump trade)는 비트코인 가치를 10만 달러 위로 끌어올린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넘어선 이날은 트럼프의 재집권이 확정된 대선일로부터 정확히 한 달째를 맞이한 날이다.

트럼프는 집권 1기(2017~2020년)만 해도 암호화폐의 가치를 부정했지만, 올해 대선 레이스에서는 ‘친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지난 7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2024 비트코인 콘퍼런스’ 연설을 통해 “암호화폐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며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전략 비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 7월 27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2024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제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집권 2기 행정부 인선을 구성하고 있는 트럼프는 이날 ‘반규제‧친비트코인’ 인사로 분류되는 폴 앳킨스를 차기 SEC 신임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앳킨스는 2002~2008년 SEC 위원을 지냈고, 2017년부터 디지털상공회의소의 토큰얼라이언스 공동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앳킨스는 규제를 상식적으로 바꿀 검증된 리더”라며 “탄탄한 경제 성장과 투자자의 요구에 부응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앳킨스는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물러날 예정인 개리 겐슬러 위원장의 후임으로 SEC 수장에 오를 예정이다.

비트코인 14년 전 첫 거래 땐 0.41센트

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의 오픈소스 게시판 회원이 공개한 논문 ‘비트코인-개인 간 파일공유 전자화폐 시스템’에서 처음으로 언급됐다.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현실에서 거래된 것은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피자 2판 값으로 1만개가 지불되면서다. 당시 비트코인 1개의 가치는 0.41센트(5.6원)였다.

14년 전 피자 2판과 맞바꾼 비트코인 1만개(당시 41달러)의 가치는 이제 개당 10만 달러를 적용해도 10억 달러, 1달러당 환율을 1400원으로 설정한 현재 원화 가치로는 1조4000억원이다. 당시 피자집 주인이 비트코인 1만개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2500만배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 된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매년 5월 22일을 ‘비트코인 피자 데이’로 기념하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가 5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 선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금융가에서는 현재 비트코인 시세에서 10만 달러가 하방 압력을 지탱하는 지지선이 될지, 매물을 쏟아내는 저항선으로 돌변할지가 향후 가치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제프 켄드릭 애널리스트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화되고 현물 ETF로 자금도 유입돼 10만 달러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그는 비트코인의 10만 달러 도달 전에 목표가를 올해 말까지 12만5000달러, 내년 연말까지 20만 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의 10만 달러대에서 차익 실현에 따른 매도세가 강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일본 미즈호증권의 오모리 쇼키 전략가는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 차익 실현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랠리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