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상 시상식을 닷새 앞두고 그의 작품 속에 담긴 ‘생명에 대한 경외’ ‘사랑’ 등 철학을 깊이 있게 해석하고 기독교 세계관과도 연관 짓는 포럼이 열렸다.
세계성령운동중앙협의회(대회장 소강석 목사)는 기독교문화예술원(원장 안준배 목사)과 함께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성령센터 황희자채플에서 ‘2024 송년문학포럼’을 개최했다. 주제는 ‘한강의 노벨문학상과 한국교회’다.
김창곤 목사의 사회로 시작된 이 날 포럼엔 프랑스 파리 소르본느대학원 종교역사학 박사인 김삼환(순복음김포교회) 목사가 주제발표에 나서고 기독교문화예술원 원장인 안준배(대학로순복음교회) 목사가 문학평론에 나섰다.
김 목사는 “작가 한강에게 있어 ‘생명’이란 피 흘릴 수 있는 모든 생명이 서로 얽혀져 있는 것인데 이는 죽은 생명과 죽어간 생명, 살아있는 생명 등 만물과 우주의 생명이 다 함께 참여하는 한 덩어리의 ‘생명현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서 “한강은 이러한 생명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시적 산문을 택하는데 이는 폭력을 규탄하기보다는 죽어가는 생명에 대한 경외와 가슴 아린 애착, 안타까움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생명현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의와 사랑’은 윤동주 시인의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과도 비슷한데, 한강의 작품을 보면 이 세상이 ‘생명현상이 충만한 아름다운 세상’임과 동시에 ‘생명을 죽이는 온갖 종류의 폭력과 이데올로기가 난무하는 모순덩어리의 세상’임을 알 수 있다”며 “삶의 아름다움과 폭력의 모순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철학이고 그 모순의 문제를 표현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문학이지만, 모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초월적인 신학”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의 역할도 제시됐다.
김 목사는 “우리 기독교인은 한강이 어떤 사건들을 통해서 어떻게 그 문제를 드러내고 표현하고 있느냐에 대해 신앙적 관점에서 비평하기보다, 한강의 작품이 말하는 생명현상의 아름다움과 폭력의 모순이 가져다주는 이 세상의 근원적인 문제를 어떻게 복음적으로 해결하는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모든 생명현상은 존재 자체가 아름다우신 하나님의 창조물이기에 ‘눈이 부시게 푸르도록’ 아름다운 것이며 그 생명현상을 파괴하는 온갖 종류의 폭력성은 모든 인간의 타락한 원죄의 심성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인간의 본성에 내재해 있는 것들로부터는 구원의 길이 결코 발견되지 않음을 깨닫고 겸허하게 구원자이신 주님과 그가 지신 십자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목사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을 주제로 “한강의 소설은 악몽마저 서정적 꿈으로 만들며 생명과 사랑, 평화와 인권을 아주 섬세히 서사하고 있다”며 “광주, 제주에 살았던 이들과 그곳에 살아있는 이들로부터 역사적 폭력에 대한 증언과 기억을 되살리고 꿈처럼 스며드는 사랑의 기억을 끌어내며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사랑으로 치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인 역시 생명현상에 참여하는 생명체로서 기독교 가치관인 공감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바라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안 목사는 “한강은 역사적 장소와 사건을 특별한 방식으로 활용해 산 자와 죽은 자가 어떻게 얽혀있는지와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을 서정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살아있는 것은 모두 사랑의 대상이기에 알고 있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자는 한강 작가의 메시지는 기독교 가치관과도 맞닿아있어 한국교회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글·사진=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