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 반세기를 지나면서 크고 작은 수많은 고난을 통과했다. 도저히 내 머리와 가슴으로 설명할 수 없는 드라마 같은 일들이 있었다. 그 때마다 기적의 만남을 통해 살아났다. 이는 하나님의 은혜였다.
날마다 우리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 일들이 어찌 당연한 일이겠는가.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을 지구촌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는가. 아무 근심 없이 창공을 질주하며 우짖는 새 소리를 인류가 다 들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모든게 기적이다. 내가 볼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다. 내 가슴이 벅차오르는 이 감사와 눈물의 감동은 더욱더 기적이다. 창가에 향기가 진동한다. 벌써 수년을 비좁은 창가에 유리창의 간접 햇볕을 반기며 브룬펠시아 다섯 송이가 기어코 피었다. 금반지보다 귀한 꽃, 가지를 끌어다 내 코를 들이대 본다.
내 손이 닿는 곳마다 기적이 머물러 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하셨다. 주 안에 거하는 우리는 모두 신비의 시간 속에서 신비의 약속을 믿고 그 진리 안에서 속죄함을 입은 구속의 자녀들이다. 죽었다가 깨어난 진 여사를 통해 가장 위대한 진리인 부활을 인정하고 믿어지는 축복을 입고 사는 특별은총을 받은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그녀는 나 한 사람을 앉혀놓고 진지한 간증을 해주었다. 간증하는 동안 아직 검은 피부지만 광채가 돌았다. 다음 주일은 교회를 국애씨와 함께 가고 싶다고 했다. 그날은 부활 주일이었다. 그녀는 그날 흰옷을 입고 왔다. 자신을 다시 살려주신 주님께 이 땅에서 부활시켜주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그녀였다.
이 땅에서 죽음에서 깨어난 경험을 한 여인이다. 영안실에서 무려 1주간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절규하며 부르짖다 지쳐 책상 위에 머리를 기대고 “하나님 나를 데려가시라”고 절규했었다. 그의 기도는 하나님의 보좌를 움직였다.
“나를 믿는 자는 나의 하는 일을 저도 할 것이요 또한 이보다 큰 것도 하리니.”(요 14:12) 우릴 영원한 사망 권세에서 구원해 주신 주님, 시공을 초월하신 전능하신 하나님은 지금도 전심으로 당신을 찾는 자들을 보고 계신다. 금세기에 만나보기 힘든 진실이다. 나는 그녀와 함께 압구정에 있는 소망교회 11시 예배에 참석했다.
그녀는 영안실에 갇혀 있던 몸이 살아서 고국 땅에 와서 부활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부활절 마다 흰옷을 입는다고 했다. 그녀가 입는 흰옷은 의미가 다를 것이다. 죽음 이후 영안실에서 다시 살아난 기상천외한 체험을 통과한 생명이다. 정갈해 보인다거나 정돈된 매무새보다 죽음을 깨고 다시 살아난 감동으로 아마도 날마다 그녀의 영혼은 흰옷을 입고 지냈을 것이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가을은 봄의 정혼남>
-김국애
가을은 봄의 정혼남
여름 내내 초록빛으로
마냥 싱그럽던 젊음은
그을려 구릿빛이 되었다
태풍 지나며
물벼락 같은 홍수에도
별일 아니었다고
그저 훈련이었을 뿐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영롱한 열매들
가슴 조이며 기다리던 결실
이제는 거둬들여야지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곧 넘어야 할 엄동의 사선
정혼남은 고뇌하지 않는다
첩첩의 얼음덩이 뚫고
정녕히 봄은 오리니
그대 내 사랑 정혼녀
구릿빛 두 팔 벌려 끌어안으리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