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콘크리트는 질 좋은 시멘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모난 자갈과 거친 모래를 각종 상황에 따라 비율대로 잘 섞어야 만들어집니다. 그게 바로 국정 운영입니다. 대역죄인 명태균 올림.”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이같은 내용의 옥중 메시지를 전했다.
명씨 변호인은 5일 “명씨가 이날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전 변호사 접견을 하며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말로 불러줘서 종이에 적어 나왔다”며 “비상 계엄령 사태에 대한 명씨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질 좋은 시멘트’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고 좋아하는 아첨꾼들, ‘모난 자갈’은 야당 정치인과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들, ‘거친 모래’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이라고 명씨가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글의 전체적인 취지는 윤 대통령께서 주변에 좋은 얘기를 하는 분도 있고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분도 있는데 그걸 균형 있게 잘 들어서 국정 운영을 잘하시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명씨가 자신을 ‘대역죄인’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서는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엄청나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자신 때문에 정국이 혼란스러운 것에 대해 ‘도의적으로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며 “지금 비상계엄 사태에 본인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씨는 비상계엄 상황이 종료된 이후인 4일 아침 뉴스를 보고 계엄 사태를 알게 됐다고 한다. 명씨 변호인은 “윤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명씨를 다른 곳으로 데려갔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창원교도소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되지 않았다”며 “일반 재판을 받든 비상계엄 상황에서 군사재판을 받든 변호인으로서 명씨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씨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메시지도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그는 오 시장이 자신을 고소한 일과 관련해 “(검찰에) 증거 자료를 다 제출했다”며 “오 시장은 간이 작아서 헛발질을 한 것 같다. 자업자득”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