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작전과 계엄사령관 임명, ‘포고령 1호’ 발표 등 일련의 조치들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리)과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석해 증언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들은 모두 김 전 장관 건의로 이뤄진 비상계엄을 지난 3일 밤 10시23분 윤석열 대통령의 심야 발표 이후에야 알게 됐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부터 국회 요구로 계엄령이 해제될 때까지 국방부 청사 지하 통제실에 머무르며 계엄 작전에 대해 세부적인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전 장관은 대통령 담화 직후 열린 지휘관 회의에서 박 총장에게 계엄사령관 임명 사실을 통보한 이후 “내가 대통령으로부터 지휘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계엄사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했다고 박 총장은 전했다. 김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모든 군사 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 “명령 불응 시 항명죄가 된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비상계엄 사태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작전도 계엄사령관과 논의 없이 김 전 장관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김 차관과 박 총장은 계엄군 국회 투입 지시를 내린 것은 김 전 장관이었고, 철수 명령을 내린 것도 김 전 장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 총장은 “(계엄군을) 투입한 것도 몰랐다. 내가 명령하지 않았다”고 했다.
첫 조항부터 위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역시 김 전 장관이 계엄사령관에게 전달했다. 김 전 장관이 직접 작성했는지는 불투명하지만, 그에게 포고령을 전달받아 시행 시간만 수정해 그대로 발표했다는 게 박 총장의 설명이다.
박 총장이 ‘포고령에 위법 요소가 없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지만 김 전 장관은 “이미 법률적으로 검토를 완료한 사안”이라며 발표를 재촉했다고 한다.
그렇게 발표된 포고령은 첫 번째 항목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과 계엄법을 넘어선 위헌적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김 전 장관은 4일 새벽 계엄 해제로 상황이 종료되자 지휘관들에게 “중과부적이었다. 수고했고 안전하게 복귀하라”고 발언했다고 박 총장은 밝혔다. 중과부적은 무리가 적으면 대적할 수 없다는 뜻으로,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작전이 시민들과 거대 야당 반발에 막혀 실패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차관과 박 총장은 줄곧 비상계엄 사태 책임으로부터 거리를 뒀다. 박 총장은 계엄군 투입과 포고령 등 비상계엄 당시 주요 조치에 대해 “몰랐다” “계엄군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조직이 없었다” “지휘소 구성이 안 돼서 정상적 활동을 못 했다”며 자신이 실질적으로 계엄군을 지휘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김 차관도 “이런 계엄에 군 병력이 동원된 것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반대해왔고, 거기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을 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육사(38기)를 졸업하고 중장으로 전역했다. 비상계엄 주동자로 지목된 김 전 장관은 이날 국회 현안 질의 직전 윤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로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내란죄 고발’ 김용현, 해외도피설에 즉각 ‘출국금지’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김 전 장관의 해외 도피설이 제기되자 검찰은 즉각 그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찬규)는 이날 법무부를 통해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앞서 노동당·녹색당·정의당은 전날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 총장을 형법상 내란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고발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직권남용·내란·특수공무집행방해·국회의장 모욕 등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으며,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