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명령불응시 항명죄’라며 지휘”…계엄 그날 상황

입력 2024-12-05 15:50 수정 2024-12-05 17:33
윤석열 대통령(왼쪽 사진)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작전과 계엄사령관 임명, ‘포고령 1호’ 발표 등 일련의 조치들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리)과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석해 증언한 내용을 종합하면 이들은 모두 김 전 장관 건의로 이뤄진 비상계엄을 지난 3일 밤 10시23분 윤석열 대통령의 심야 발표 이후에야 알게 됐다.

실제로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부터 국회 요구로 계엄령이 해제될 때까지 국방부 청사 지하 통제실에 머무르며 계엄 작전에 대해 세부적인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전 장관은 대통령 담화 직후 열린 지휘관 회의에서 박 총장에게 계엄사령관 임명 사실을 통보한 이후 “내가 대통령으로부터 지휘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계엄사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했다고 박 총장은 전했다. 김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모든 군사 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 “명령 불응 시 항명죄가 된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작전도 계엄사령관과 논의 없이 김 전 장관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김 차관과 박 총장은 계엄군 국회 투입 지시를 내린 것은 김 전 장관이었고, 철수 명령을 내린 것도 김 전 장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 총장은 “(계엄군을) 투입한 것도 몰랐다. 내가 명령하지 않았다”고 했다.

첫 조항부터 위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역시 김 전 장관이 계엄사령관에게 전달했다. 김 전 장관이 직접 작성했는지는 불투명하지만, 그에게 포고령을 전달받아 시행 시간만 수정해 그대로 발표했다는 게 박 총장의 설명이다.

박 총장이 ‘포고령에 위법 요소가 없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지만 김 전 장관은 “이미 법률적으로 검토를 완료한 사안”이라며 발표를 재촉했다고 한다.

그렇게 발표된 포고령은 첫 번째 항목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과 계엄법을 넘어선 위헌적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한 긴급 현안질의가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선호 국방부 차관. 연합뉴스

김 전 장관은 4일 새벽 계엄 해제로 상황이 종료되자 지휘관들에게 “중과부적이었다. 수고했고 안전하게 복귀하라”고 발언했다고 박 총장은 밝혔다. 중과부적은 무리가 적으면 대적할 수 없다는 뜻으로,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작전이 시민들과 거대 야당 반발에 막혀 실패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차관과 박 총장은 줄곧 비상계엄 사태 책임으로부터 거리를 뒀다. 박 총장은 계엄군 투입과 포고령 등 비상계엄 당시 주요 조치에 대해 “몰랐다” “계엄군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조직이 없었다” “지휘소 구성이 안 돼서 정상적 활동을 못 했다”며 자신이 실질적으로 계엄군을 지휘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김 차관도 “이런 계엄에 군 병력이 동원된 것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반대해왔고, 거기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을 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육사(38기)를 졸업하고 중장으로 전역했다. 비상계엄 주동자로 지목된 김 전 장관은 이날 국회 현안 질의 직전 윤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로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내란죄 고발’ 김용현, 해외도피설에 즉각 ‘출국금지’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김 전 장관의 해외 도피설이 제기되자 검찰은 즉각 그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찬규)는 이날 법무부를 통해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앞서 노동당·녹색당·정의당은 전날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 총장을 형법상 내란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고발했다. 김 전 장관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직권남용·내란·특수공무집행방해·국회의장 모욕 등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으며,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