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출신 맞나” “황당 자책골”…후배 검사들도 한숨

입력 2024-12-05 15:19 수정 2024-12-05 15:36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 대합실 TV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 ‘대형 자책골’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비상계엄 선포 요건과 포고령 내용에 위헌·위법성이 짙다는 측면에서 “법조인 출신이 맞는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태로 검사 탄핵 대응 등에서 검찰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윤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있는 한 특수통 검사는 5일 계엄 사태에 대해 “참 당황스럽고 착잡했다”며 “법률가 출신 대통령이라면 법을 준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이제 퇴진이나 탄핵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 시기를 본인 스스로 앞당긴 것 같다”고 언급했다.

검찰 내부에서 계엄 선포가 요건 및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했고, 정당 활동 금지 등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뉴스를 보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심했다”며 “법적으로는 국회에 군을 투입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이것 때문에 탄핵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대통령도 법조인 출신이니 법을 검토했을 텐데 판단과 결정의 근거가 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기획통 출신 변호사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번 사안 자체는 법률적으로 허용되는 행위가 아니었다”며 “직권남용에 충분히 해당할 수 있다.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 공안통 검찰 간부는 “더불어민주당 때문에 나라 운영을 못 하겠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계엄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탄핵 사태를 맞은 검찰을 더 곤혹스럽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탄핵안을 처리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검사 탄핵이 무리한 부분은 있었으나 이번 사태로 반발 입장을 내기도 모호해졌다”며 “대통령이 대형 자책골을 넣었다”고 지적했다. 한 차장검사도 “지금까지 검사들이 탄핵안 등에 반발한 것이 이번 계엄으로 굉장히 우스워졌다”고 말했다.

검찰이 더 큰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애초에 검사 탄핵은 김건희 여사 수사로 촉발된 것 아닌가”며 “예전 검수완박 국면과 ‘추·윤 갈등’ 때와 달리 단일대오가 형성되지 않고 조직 내부에서 호응이 크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계엄으로 검찰이 입을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방의 한 평검사는 “이러다가 진짜 검찰이 문을 닫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며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로 검찰의 신뢰도를 깎더니 이제는 하다 하다 계엄인가”라고 지적했다.

박재현 김재환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