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 ‘대형 자책골’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비상계엄 선포 요건과 포고령 내용에 위헌·위법성이 짙다는 측면에서 “법조인 출신이 맞는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태로 검사 탄핵 대응 등에서 검찰의 운신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가 많다.
윤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있는 한 특수통 검사는 5일 계엄 사태에 대해 “참 당황스럽고 착잡했다”며 “법률가 출신 대통령이라면 법을 준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이제 퇴진이나 탄핵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 시기를 본인 스스로 앞당긴 것 같다”고 언급했다.
검찰 내부에서 계엄 선포가 요건 및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했고, 정당 활동 금지 등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뉴스를 보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심했다”며 “법적으로는 국회에 군을 투입한 게 가장 큰 문제다. 이것 때문에 탄핵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대통령도 법조인 출신이니 법을 검토했을 텐데 판단과 결정의 근거가 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기획통 출신 변호사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번 사안 자체는 법률적으로 허용되는 행위가 아니었다”며 “직권남용에 충분히 해당할 수 있다.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 공안통 검찰 간부는 “더불어민주당 때문에 나라 운영을 못 하겠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계엄을 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탄핵 사태를 맞은 검찰을 더 곤혹스럽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탄핵안을 처리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검사 탄핵이 무리한 부분은 있었으나 이번 사태로 반발 입장을 내기도 모호해졌다”며 “대통령이 대형 자책골을 넣었다”고 지적했다. 한 차장검사도 “지금까지 검사들이 탄핵안 등에 반발한 것이 이번 계엄으로 굉장히 우스워졌다”고 말했다.
검찰이 더 큰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애초에 검사 탄핵은 김건희 여사 수사로 촉발된 것 아닌가”며 “예전 검수완박 국면과 ‘추·윤 갈등’ 때와 달리 단일대오가 형성되지 않고 조직 내부에서 호응이 크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계엄으로 검찰이 입을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방의 한 평검사는 “이러다가 진짜 검찰이 문을 닫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며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로 검찰의 신뢰도를 깎더니 이제는 하다 하다 계엄인가”라고 지적했다.
박재현 김재환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