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과 목선을 타고 귀순했던 탈북민 김이혁씨가 남한으로 온 지 불과 1년여 만에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국가보위성 황해남도 보위부에서 일했던 이철은씨는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철은NK TV’를 통해 “네덜란드에서 뜻밖의 비보를 듣고 슬픔에 잠겨 글을 올린다”며 김씨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이씨는 “2023년 가족과 함께 목숨을 걸고 서해 해상으로 배를 타고 탈북한 김이혁님이 어제 뜻하지 않은 잠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억압받고 천대받던 북한 땅을 떠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날만 남았던 김이혁님의 비고에 같은 고향 사람으로서 가슴이 미어지고 허무함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의 부조리와 김정은의 만행을 알리는 선구자적 역할을 활발히 하던 김이혁 님이 가시는 길은 억압과 착취가 없는 행복한 길이 되시길 바란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황해남도에서 일가족 9명을 목선에 태우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연평도 해상에서 귀순 의사를 밝혔다. 김씨의 아내와 두 아이, 김씨 형과 형수, 김씨의 어머니, 처남과 장모님가 함께 탈북했다.
김씨 일가족은 그해 12월 BBC코리아와 인터뷰를 통해 탈북 과정을 털어놨다. 김씨는 지난 6월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에 출연해 북한에서의 생활과 탈북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국방성에서 운영하는 전승 무역 회사에 선원으로 취직해 선단장까지 올라간 김씨는 배 세 척을 운영하며 하루에 최대 50달러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외교관조차 1달러 남짓의 월급을 받는 북한에서 김씨 가족은 부유하게 사는 편이었다.
2020년 6월 코로나19로 북한이 바다를 봉쇄하면서 김씨는 돈을 벌 수 없게 됐는데 그런 상황에도 상납금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의 등장은 김씨가 탈북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였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김씨는 2022년 말부터 탈북을 준비해 세 번의 시도 끝에 극적으로 탈북에 성공했다.
한국에 정착한 김씨는 아내와 함께 유튜브 채널 ‘김이혁 유미 TV’를 운영해 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