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5일 오전 9시쯤 서울 용산역에선 5분 간격으로 “고속철도(KTX)와 ITX 일부 기차가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미처 파업 소식을 모르고 역에 왔다는 김모(50)씨는 “예매했던 오송행 열차가 취소됐다”며 “충북 청주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해야 하는데, 당장 택시라도 잡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병원 진료를 받고 전라도 광주로 귀가하려던 손광복(57)씨는 “열차가 취소돼 서울에서 하루 잘 곳을 찾아야 한다”며 “새로 예매한 6일자 열차도 취소될 수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용산역 대합실에는 불안한 표정으로 전광판만 바라보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4조 2교대 근무체계 개편과 성과급 지급률 개선, 임금 인상, 안전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지난 8월부터 4개월간 총 17차례 사측과 협상을 벌였다. 지난 4일 막판까지 사측과 교섭했으나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철도노조 파업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3개월만이다.
철도노조는 이날 서울·부산·대전·영주·광주송정 등 전국 5개 거점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출정식에는 서울 5000여명, 부산·대전·영주·광주송정 등에서 각 2000여명 등 총 1만3000명이 참석했다.
노조가 총파업에 나서면서 수도권 전철 1, 3, 4호선 일부 구간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파업 소식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9시쯤 경의중앙선 대곡역에는 “철도 노조 파업으로 인해 열차 운행이 조정됐다”는 안내 방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안내전광판에 ‘덕소행 12전역 대기’ 문구가 뜨자 시민들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하철이 평소보다 10분 이상 늦었기 때문이다. 한 시민은 전광판을 본 뒤 급하게 택시를 타러 역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서울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전 9시9분쯤 서울역 전광판에는 광운대행 열차가 ‘11분 후 도착 예정’으로, 반대 방향인 신창행 일반열차는 ‘16분 후 도착 예정’으로 안내됐다. 배차 시간이 길어지자 스크린도어 앞에는 긴 줄이 생겼다. 줄 뒤쪽에 선 시민들은 길어진 대기 시간에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성준호(31)씨는 서울역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계속 전광판과 지하철 노선도를 번갈아 쳐다봤다. 성씨는 “네이버 앱에서 확인했을 때는 배차 간격이 5~8분이었는데 열차가 오지 않는다”며 “배차 간격이 30분만 안 넘으면 지하철을 기다렸다가 탈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역 플랫폼 내 교환·반환 창구에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특히 코레일 앱을 사용하지 않는 노인들과 외국인들이 주로 현장에서 표를 구매하거나 교환하고 있었다. 70대 A씨는 창구에서 기차표를 교환하며 “이 열차는 운행하는 게 맞느냐, 믿고 가도 되느냐”며 역무원에게 거듭 확인을 요청했다.
미리 ‘교통대란’을 예상하고 대체 교통수단을 택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역 1번 출구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34)씨는 “오늘은 출근 교통편을 바꿔 버스를 타고 왔다”며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나왔지만,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지하철 내 질서통제요원들은 파업 첫날인 5일보단 6일부터 철도 파업의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호선 신도림역에서 만난 질서통제요원 이화구(65)씨는 “출근시간대 인력을 집중해서 그런지 예상했던 것보다 오전에는 상황이 괜찮았다”며 “다만 파업 2~3일째부터는 보충된 인력도 지치는 등 교통대란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무로역에서 만난 직장인 B씨도 “출근 시간은 지연 시간이 5분 이내로 예상보다 괜찮았는데, 퇴근 시간에 열차가 본격적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철도노조 총파업으로 비상근무체계를 가동한다. 파업 기간 수도권 전철 평시 대비 75% 수준으로 운행하며 출근시간대는 90% 이상 운행할 방침이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