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만점자 수 등 난이도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이 ‘난도 하락’을 가리켰다. 쉬워졌어도 변별력을 상실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수능이 매우 까다로웠기 때문에 올해 시험 자체가 쉬웠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의대 모집인원이 대폭 늘어난 상태에서 상위권 변별력이 감소했으므로 정시모집에서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달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5일 발표했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으로 지난해 150점에서 11점 하락했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0점이었다. 지난해 148점보다 8점 떨어졌다.
올해 국어와 수학이 지난해보다 쉬웠다는 얘기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숫자로, 시험이 어려우면 올라간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일반적으로 모든 문항을 맞힌 원점수 만점자에게 주어지는 점수다. 이 또한 표준점수와 마찬가지로 시험이 까다로우면 높아진다.
상위권 변별력은 절반 수준으로 분석됐다. 상위권 변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 구분점수(컷)의 점수차다. 1등급을 받은 상위권 내에서의 격차를 나타낸다. 올해 국어와 수학의 1등급컷은 131점으로 동일했다. 표준점수 최고점과의 격차는 국어가 8점, 수학이 9점이었다. 두 영역을 합치면 17점이다. 지난해 국어와 수학의 1등급컷은 133점이었다.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과의 격차가 17점, 수학의 경우 15점이었다. 두 영역을 합치면 32점이었다. 올해 상위권 변별력이 대폭 하락한 것이다. 만점자도 늘었다. 국어 만점자는 지난해 64명에서 올해 1055명, 수학은 612명에서 1522명으로 증가했다.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은 인원은 11명으로 파악됐다.
과목별 난이도 편차가 줄어든 측면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특정 과목을 잘 본 수험생이 유리해지는 현상이 줄었다는 의미다. 올해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불과 1점이었다. 2023학년도의 경우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34점, 수학이 145점으로 11점차였다. 수학 점수에서 경쟁력 있는 이과 수험생이 문과 상위권 대학에 대거 진학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의 원인이 됐다.
영어도 지난해보다 평이했다. 영어는 절대평가로 등급만 산출하므로 1등급 비율로 난도를 측정한다. 올해 1등급 비율은 6.22%(2만8587명)였다. 지난해 4.71%(2만843명)보다 높아졌다. 영어의 경우 수시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최저기준) 충족을 위해 중요하다. 1등급 인원이 지난해보다 8000명가량 늘어 최저기준 미달로 수시에서 탈락하는 인원은 감소할 전망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불수능’ ‘물수능’ 논란을 피한 적정 난도를 달성한 시험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 모집인원 증가로) 최상위권이 늘었기 때문에 상위권 변별력 확보가 관건이지만 한 줄로 세워 뽑는 데 문제는 없을 듯”이라며 “문·이과 통합수능이 시작된 2022학년도 이래 가장 적정 난도”라고 평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의대 지원자 등) 상위권 변별에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위권 수험생들의 점수 격차가 적어 정시에서는 ‘눈치작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 점수분포가 지난해보다 밀집됐고, 탐구영역에서는 이과 학생이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이 크게 발생할 걸로 예상돼 최상위권뿐 아니라 상위권, 중위권 대학에서 치열한 눈치작전이 불가피해졌다”고 내다봤다.
올해 수능에는 46만3486명이 응시했다. 재학생은 30만2589명,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16만897명이다. 개인별 성적표는 6일 통지된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