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정의의 길”…송구하다던 김용현의 진짜 속내

입력 2024-12-05 11:33 수정 2024-12-05 13:17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사태가 ‘정의의 길’이었다며 대국민 사과 때와는 다른 속내를 내비쳤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날 사의 표명 직후 심정을 묻는 질문에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김 전 장관 모교인 육군사관학교의 신조탑에 새겨진 사관생도 신조 중 하나다. ‘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는 글귀를 인용해 속내를 대신한 건 계엄이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앞서 국방부 대변인실을 통해 “본인은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밝혔다. 또 “국민께 혼란을 드리고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계엄을 직접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한 김 전 장관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실행에 옮긴 인물인 육사 4인방 중 제일 선배(육사 38기)다. 그는 충고 7회 졸업생으로 윤 대통령의 1년 선배이기도 하다.

지난 9월 국방부 장관 임명 당시 야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충암고 출신 군 인맥을 동원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김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계엄 건의 의향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며 “우리 군도 솔직히 안 따를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사의를 밝힌 김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고 신임 국방부 장관에 최병혁 주사우디대사를 지명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