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사전 인지 없이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보고 계엄이 선포된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계엄 사실을 언제 알았냐’는 조국혁신당 조국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한 뒤 “(대통령 계엄 담화 후) 바로 이어진 전군지휘관회의에서 명확히 인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것은 누가 연락했느냐’는 조 의원의 추가 질의에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서 국방장관이 (주재한) 지휘관회의 후 계엄사령관은 육군총장 박안수라고 해서 그때 정확히 알았다”고 답했다.
박 총장은 국회 병력 투입에 대해서도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고 투입 여부조차 처음에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난입한 계엄군에 실탄이 지급됐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질의에 “진짜 모른다. 투입한 것도 몰랐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국회) 지도부 체포조는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이냐’는 안 의원의 추가 질의에는 “그런 것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국민에게 총칼을 겨눴던 소감은 어땠느냐’는 이어진 물음에도 “국민에게 총칼을 겨누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답했다.
박 총장은 자신 명의로 발표된 계엄포고령도 자신이 쓴 게 아니라고 했다.
박 총장은 “제가 (포고령 내용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몰랐기에 (김 국방장관에게) ‘장관님, 이것은 법무 검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법무 검토를 마쳤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포고령에 대해 “순간적으로 검토했다”면서도 “저는 계엄에 대한 전문성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포고령을 처음 본 시점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3일) 밤 10시반에서 11시 사이에 봤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포고령을 쓴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인지, 김 장관인지 따져 물었지만 박 총장은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이날 면직이 재가된 김 전 장관을 대신해 출석한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현재 그(포고령) 작성 주체는 제가 확인할 수 없고, 한 가지 말씀드리는 것은 제가 지금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국방부에서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