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對 중국 ‘터프가이’ 나바로 백악관 고문 임명

입력 2024-12-05 08:39 수정 2024-12-05 08:48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에 대중국 강경파이자 관세주의자인 피터 나바로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당시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을 지낸 나바로는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해 의회 증언을 거부해 수감까지 당한 트럼프 충성파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바로 임명을 발표하며 “내 첫 임기 때 ‘미국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두 가지 신성한 원칙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피터보다 더 효과적이거나 끈질긴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는 내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불공정한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제 모든 관세 및 무역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했다”며 “그의 임무는 제조업과 관세, 무역 의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나바로를 “중국에 대한 터프가이”라고 불렀다며 “트럼프는 대중국 매파이자 가파른 수입 관세를 지지하는 나바로를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자신이 ‘관세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나바로는 특히 트럼프 1기 시절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트럼프에게 주입하며 FTA 폐기 등을 건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트럼프에게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보여줄 대상으로 부담이 큰 NATFA 대신 한미 FTA폐기를 선택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경영대 교수 출신인 그는 고율 관세를 앞세운 대중국 무역 전쟁을 기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2011년 중국산 제품의 위험성과 중국과의 무역 위험성을 강조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이라는 제목의 책을 공동으로 저술했다. 이 책은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나바로는 한때 민주당원으로 샌디에이고 시장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1996년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한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다.

트럼프는 재무장관에 스콧 베센트, 상무장관에 하워드 러트닉 등 월스트리트 출신 억만장자들에게 경제 사령탑을 맡겼다. 하지만 나바로가 트럼프 2기 경제팀에 합류하면서 월스트리트 출신들과의 권력 다툼도 예상된다. 나바로는 선거 전부터 금융계 출신들이 관세를 ‘협상도구’로 쓰려고 한다고 비난하며, 관세를 신속하게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나바로는 1기 시절에도 당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온건파 관료들과 격하게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바로는 2020년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열렬히 옹호한 인사이기도 하다. 대선 사기를 주장하는 보고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하원에서 1·6 의사당 폭동 사태 특위의 소환을 거부해 의회모독죄로 4개월간 수감됐다. 지난 7월 석방되자마자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트럼프 지지 연설을 했다.

한편, 트럼프는 미 항공우주국(NASA)를 이끌 수장으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측근인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을 지명했다. 금융회사 시프트4의 CEO인 아이작먼은 지난 9월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협력해 민간인 최초로 우주유영을 한 인물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