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다시 켜진 촛불…“국민을 바보로 아나”

입력 2024-12-04 21:55 수정 2024-12-04 22:02
4일 오후 서울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시민촛불’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3일 밤 선포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거리로 나선 시민들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천명이 4일 오전부터 밤까지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 모여 윤석열정권 퇴진을 외쳤다. 특히 이날 전국 각지에서 촛불 시위가 벌어지면서 2016년 탄핵 정국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은 4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1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2000명이 모였다.

4일 오후 6시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동화면세점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모습. 윤예솔 기자

계엄령 소식을 듣고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20대 대학생 장모 씨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는 과정이 잘못됐기에 너무 화가 났다”며 “계엄 사태가 마무리 될 때까지 집회에 나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청역 부근에서 근무하는 김모씨는 퇴근길에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 대통령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형석(54)씨도 “집회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나라를 위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내란죄 윤석열 퇴진’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손에 들고 “국민이 승리했다” “국민 주권 실현하자”는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7시20분쯤 부터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했다.

4일 오후 7시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동화면세점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집회를 마치고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계엄군이 들이닥쳤던 국회로도 사람들이 집결했다. 이날 오후 7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선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범국민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7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은 “촛불이 이긴다” “국민이 이긴다”고 외쳤다.

연단에 선 중학생 최서우(15)군은 “윤 대통령은 우리를 억압하고 군사독재를 하려 했다”며 “하나되어 싸워야 한다. 윤 대통령은 퇴진하라”고 강조했다.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체포하라”고 소리쳤다.

시민 700여명이 4일 오후 7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에 대학가에서도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대자보가 쏟아졌다.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서강대, 경희대 등 서울시내 대학 곳곳에 계엄을 반민주적 폭거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들이 나붙었다.

노동계도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윤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총파업을 전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노총도 전체 중앙집행위 회의를 열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을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회견문에서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윤 정부를 사회적 대화 상대로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원준 김승연 윤예솔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