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불참 여당 90명은 어디에… 엉뚱한 당사 집결 혼선도

입력 2024-12-04 18:52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뒤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지만, 국민의힘에서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18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여당 의원 90명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 대기하고 있거나 본회의장을 들어가려다 국회 출입이 막히는 등의 이유로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여당 내에서도 시급을 다투는 계엄 상황에서의 원내 지도부 ‘실종’ 상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3일 오후 11시부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0분 만에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계엄 선포 직후 경찰 등에 의해 국회 출입이 봉쇄됐고,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총 소집 장소를 국회 앞의 여의도 당사로 정했다. 비슷한 시각 한동훈 대표는 당사 회의실에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를 바로잡겠다”며 일부 의원들과 함께 국회 본관으로 향했다. 이때 한 대표와 함께 움직이거나 국회 경내에서 대기 중이던 여당 의원들이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여했다.

반면 대다수 여당 의원들은 국회가 봉쇄되자 당사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원내 지도부의 판단을 기다렸다. 안철수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뒤늦게나마 담을 넘어 국회에 들어갔지만, 표결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정작 추 원내대표는 일부 원내지도부 의원들과 함께 국회 본관의 원내대표실에 있었다. 자정 넘어 당사에서 의총을 열겠다는 공지가 의원들에게 전달되자 원내대표실에 있던 일부 의원들이 국회를 빠져나와 당사로 향했지만, 추 원내대표는 계속해서 원내대표실에 머물다 표결 절차가 끝난 4일 2시5분쯤에서야 방에서 나왔다.

추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계속 당사에 있는 의원들과 소통하고 원내대표로서 의원들의 입장을 전해야 해서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회의장 표결 불참에 대해서는 “일단 제 판단으로 불참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원내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표결에 참여한 한 의원은 “의총 소집 장소를 처음에는 당사라고 공지하더니 다시 (국회 본관 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바꿨다가, 또다시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 당사로 거듭 바꾸면서 혼선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친한(친한동훈)계 일각에서는 추 원내대표가 결과적으로 의원들의 표결 참여를 방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의원과 배현진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상임위원회 관련 해외 출장 등으로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SNS 등을 통해 밝혔다.

이종선 정우진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