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겨울” 전두환·박근혜도 등장…희화화된 ‘계엄’

입력 2024-12-04 18:04
12·12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오른쪽 사진)에 윤석열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물. 엑스 캡처, 영화사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6시간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12·12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패러디물 등 다양한 온라인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계엄령이라는 극단적 조치가 희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에는 윤 대통령의 계엄 실패와 관련한 게시물이 쇄도했다. 특히 영화 ‘서울의 봄’과 관련한 풍자물이 이목을 끌었다. ‘서울의 봄’ 포스터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극 중 인물 ‘전두광’ 대신 윤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뒤 제목을 ‘서울의 겨울’이나 ‘취했나 봄’으로 바꾼 이미지들이 게시됐다.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에 윤석열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물. 엑스 캡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2시간 반 만에 국회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6시간 만에 결국 해제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는 ‘서울의 봄’의 명대사가 재조명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서울의 봄’ 영화관 재개봉 요청도 나왔다.

이외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생전 창밖을 내다보는 사진에 ‘아,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라는 가상의 대사를 적어놓은 풍자 게시물도 등장했다. 1979년 신군부 쿠데타 당시의 불법 계엄령과 이번 계엄 사태를 싸잡아 조롱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 생전 사진을 활용한 계엄 관련 패러디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윤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22년 4월 대구 사저에서 마주 앉은 사진을 놓고 박 전 대통령이 ‘나도 생각만 했어. 이 미치광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풍자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직전인 2017년 2월 국군기무사령부가 비밀리에 계엄 문건을 만들었던 일을 상기시키는 내용으로 보인다.

이처럼 계엄 관련 패러디가 이어지자 온라인에서는 “역시 풍자와 해학의 민족”이라며 자조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패러디 내용이 기발하다면서도 심각한 현실 상황을 생각하면 “웃프다”(웃기고 슬프다)고 푸념하는 반응도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을 활용한 계엄 관련 패러디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외신, 尹 ‘아메리칸 파이’ 열창 거론…“백악관 또 방문? 아닐 듯”

외신에서도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를 꼬집는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일부 외신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국빈 방미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한 장면을 이번 사태와 견주어 언급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아메리칸 파이’ 노래 영상을 링크한 기사에서 당시는 “북한에 대한 강성 입장으로 잘 알려진 지도자의 부드러운 면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이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지도자와 카메라 앞에서 어깨를 맞대는 기회였다”고 짚었다. 하지만 그가 “극적인 조치로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1970년대 빌보드 히트곡 '아메리칸 파이'를 즉석에서 열창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래프는 또 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향후 회담을 위해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워싱턴과 백악관을 방문할 기회가 아마 또다시 주어질까? 현재로선 그럴 것 같지 않다”고 관측했다.

미국 매체 포린폴리시는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한 시도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하지만 한국 국회가 만장일치로 이를 거부한 뒤 윤 대통령의 ‘셀프 쿠데타’는 굴욕적인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