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선포했던 비상계엄의 여파로 연예계에도 크고 작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예정됐던 인터뷰 및 행사 등이 취소됐고, 공연은 취소와 재개를 번복하는 등 연예계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대응책을 고심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이날은 오전부터 서울 곳곳에서 인터뷰가 예정돼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의 공개를 기념해 배우 서현진이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고, 영화 ‘대가족’의 양우석 감독과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피의 게임’ 시즌3 제작진 인터뷰도 있었다.
넷플릭스는 이날 예정돼있던 서현진의 인터뷰는 날짜를 미뤄 진행하기로 했고, 공유와 정윤하의 인터뷰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양 감독과 ‘피의 게임3’ 제작진 인터뷰는 고심 끝에 일정대로 진행됐다.
더 큰 혼란은 가요계에서 벌어졌다. 이날 공연을 열 예정이었던 가수들은 공연장에 많은 인파가 모이는 만큼 공연 취소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가수 이승환은 콘서트 ‘흑백영화처럼’을 이날부터 이틀간 열 예정이었는데, 전날 밤 윤 대통령의 긴급 담화 직후 공연 취소를 결정하고 공지했다가 이날 오전 취소를 번복했다.
그러면서 “계엄이 해제됨에 따라 ‘흑백영화처럼’은 예정대로 진행토록 하겠다.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 할 말 많은 오늘, 더 깊고 짙은 사연과 노래로 만나 뵙겠다”고 재공지했다. 밴드 버스커 버스커 출신 장범준도 이날 오후를 포함해 19일까지 예정돼있던 평일 소공연 ‘소리 없는 비가 내린다’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많은 팬의 시선이 쏠린 건 해외 가수의 내한 공연 개최 여부였다. 팝스타 두아 리파는 2018년 내한한 이후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날부터 이틀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공연을 위해 두아 리파는 미리 한국에 입국해 있는 상황이었다. 오랜만의 내한 공연인 만큼 팬들은 공연이 취소될까 노심초사했다.
주최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는 이날 오전까지도 공연 개최 여부를 고심하다가 “두아 리파 내한 공연은 오늘과 내일 모두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최종 공지했다. 두아 리파는 이날 저녁 열린 공연에서 "바깥은 중요치 않다. 오늘 밤은 우리만의 것"이라며 비상계엄 사태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오는 7, 8일에는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일본 듀오 요아소비의 공연이 예정돼있다. 티켓을 예매한 팬들은 요아소비의 공연 역시 취소될까 우려했으나 공연기획사 리벳은 “이번 주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알렸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가 6시간 만에 철회됐음에도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한국을 ‘여행 위험 국가’로 보고 여행주의보를 내린 만큼 향후 여파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당시 올 연말에 열릴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이 취소된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비상계엄이 해제되면서 시상식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KBS는 “시상식은 일정 변동 없이 진행된다”고 했고, SBS와 MBC는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라며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오후 10시30분에 방송될 예정이었던 MBC ‘라디오스타’는 ‘MBC뉴스특보’ 편성으로 결방했다.
정진영 임세정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