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과 관련해 이를 건의하고 현장에서 실행한 인물들로 이른바 ‘육사(육군사관학교) 4인방’이 거명된다.
4일 군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육사 38기)을 필두로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46기), 소속 부대에서 계엄군 병력을 동원한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47기)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48기)은 모두 육사 출신이다.
김 장관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실 다수 참모를 비롯해 군 고위 당국자들에게도 공유되지 않은 채 긴박하게 이뤄졌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직접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계획과 실행 등 전반적인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사령관으로 박 참모총장을 추천한 것도 김 장관이다. 박 참모총장도 육사 출신이며 김 장관보다 8기수 후배다.
현역 군 서열 1위인 김명수 합동참모본부장이 아닌 박 참모총장이 추천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의장은 육사가 아닌 해군사관학교(43기) 출신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 진입에 동원된 계엄군을 움직인 수장들도 육군 출신이다.
동원된 계엄군 병력의 원소속은 특전사 예하 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특전여단, 수방사 소속 군사경찰특임대 등으로 알려졌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김 장관의 육사 9기수 후배, 이진우 수방사령관은 10기수 후배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실질적으로 병력을 움직인 두 사령관은 올해 초 논란이 됐던 김 장관의 ‘공관 모임’ 멤버이기도 하다. 김 장관은 대통령경호처장 재직 시절 당시 한남동 공관으로 곽 사령관과 이 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육사 48기) 등을 불러 모임을 한 바 있다.
야당은 지난 9월 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불법 모임’으로 규정하며 당시 계엄령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김 장관은 “정치 선동”이라며 부인했다.
비상계엄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로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된 이후 군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김 장관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로도 청사에 남아 향후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