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죄송” 비상계엄에 군부대 ‘노쇼’ 문자…결말은

입력 2024-12-04 16:18 수정 2024-12-04 17:45
한 군부대에서 비상계엄령으로 긴급 복귀 명령이 내려왔다며 식당 단체 주문을 취소하는 내용의 문자. 오른쪽은 기사와 무관한 참고 사진. 권모씨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기습적인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군부대 단체 예약이 취소됐다는 한 국밥 가게 사장의 사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다행히 계엄령이 해제되면서 해당 부대 측에서 예정대로 식사를 했으나, 사장은 “왜 애먼 사람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서 순대국밥 가게를 운영하는 권모(38)씨는 4일 오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군부대에서 40인분 예약 취소 문자가 왔던 게 맞다”며 “예약 취소 사유는 계엄령 때문에 긴급 복귀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앞서 권씨는 이날 오전 8시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영업 여러 가지로 힘드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교육받는 군인들이 매달 40명씩 단체 예약으로 오는데 계엄령 때문에 부대 복귀 명령이 와서 밤에 취소 가능하냐는 문자가 왔다”며 “준비 다 해놨는데 상황을 알고 있으니 물어 달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적었다.

이어 “준비해 놓은 재료 절반은 다 버려야 한다”면서 “왜 몇 사람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생해야 하나. 군인들은 밥도 못 먹고 새벽에 끌려가야 하는 게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계엄 사태는 이날 새벽 윤 대통령이 국회 요구에 따라 해제를 선언하며 마무리됐다. 권씨는 “이날 아침 해당 부대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며 “예정대로 40명이 모두 와서 식사를 하고 갔다”고 말했다. 식당 휴일에도 단체 예약 때문에 음식을 준비했던 권씨는 “작은 마을에 있는 식당이라 하루 매출 2배의 손해가 날 뻔했는데 잘 해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식당에 온 군인들이 “혼선을 드려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했다며 씁쓸해했다. 고맙고 안쓰러운 마음에 음료수 40병을 사서 차량에 실어줬다는 권씨는 “왜 군인들이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손해는 안 봤지만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