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의 밤이 끝나고 평범한 일상이 다시 시작됐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해제 결의, 이후 대통령 담화까지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적지 않은 목회자와 교인들도 기도를 하며 밤을 지새웠다.
목회자들은 4일 국민일보 취재진에게 성도들이 마음을 모아 ‘평화와 회복’을 위해 기도 할 때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절에 교회는 편을 가르지 말고 평화의 구주로 오신 예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기도하고 또 기도하자
김영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은 “비상계엄은 세계 각지의 전쟁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경제 위기 등 위중한 때에 국민에게 큰 불안을 줬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양극화를 넘어 대한민국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기도하자”고 권했다.
김종혁 예장합동 총회장은 교단의 공식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김 총회장은 “총회는 현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가야 할 때라는 걸 절감한다”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사사로운 당리당략을 초월해 국가의 안정을 위한 화합과 협력을 하고 성도는 올바른 통치를 위해 깨어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청교도 창시자 존 낙스가 한 “기도하는 한 사람이 기도하지 않은 민족보다 강하다’는 메시지를 언급한 김종현 경산중앙교회 목사는 “잘못을 따지는 건 세상에서 충분히 하고 있으니 그리스도인은 간절히 기도하자”고 했다. 안광복 청주상당교회 목사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이 이 땅에 잘 펼쳐질 수 있도록 손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오판이었다고 꼬집은 류승동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총회장은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는 국회와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보듬는 정치를 펼칠 수 있게 한국교회가 마음을 모아 기도하자”고 말했다.
심각했지만 평화적 마무리 다행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정석 목사)는 “감리교 120만 성도는 비상계엄 선포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한다”면서 “이는 대통령으로 선출해 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헌법 정신에 반하는 독재적인 발상”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주승중 주안장로교회 목사는 “대통령이라고 해서 권력을 함부로 휘둘러서도, 국회 다수당이라 해서 국민의 뜻은 외면한 채 마음대로 해서도 안 된다”면서 “대통령부터 시작해 모든 정치 지도자와 국민이 무속신앙이 아닌 역사를 주관하는 하나님을 경외하길 바라고 기도하자”고 덧붙였다.
육순종 성북교회 목사는 “사람은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지만 하나님은 그러지 않으신다. 하나님을 의지하며 우리 모두에게 분별력 주시기를 간구하자”고 밝혔다. 김주용 연동교회 목사는 “참담한 밤이었다. 그동안 교회가 화해하고 용서하는 기능을 잃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본다”고 교회의 자성을 촉구했다.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는 “그 누구도 피 흘리지 않고 계엄을 멈추게 하셨다”면서 “이 혼란과 절망에서 대한민국을 구원하고 민족에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하자”고 전했다.
성경 안에 답이 있다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는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율법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는 잠언 29장 18절을 인용하면서 “(대통령이) 지도력도, 지혜도, 분별력도, 품격도, 역량도 없고 더욱이 조언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면서 “혼란을 틈타 악한 자들이 준동하지 않도록 성도는 정신 바짝 차리고 기도해야 하자”고 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는 잠언 16장 9절을 암송한 이건영 인천제2교회 원로목사는 “역사를 주관하시고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더 집중하며 기도하자”면서 “편을 갈라 정죄하기보다 시계추 돌리듯 마음의 시간대를 조정하며 서로를 이해해 보자”고 권했다.
김은호 오륜교회 원로목사는 로마서 8장 28절의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는 성구를 제시했다. 김 목사는 “이렇게 위태로울 때일수록 인간의 뜻 대신 하나님의 뜻 안에서 힘을 모으고 그 뜻을 구하며 기도하고 협력할 때 선한 영향력이 우리 사회를 회복시킨다”고 전망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