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걱정 마시라… 사법부 본연의 임무 다할 것”

입력 2024-12-04 14:50
조희대 대법원장. 최현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에 대해 법원은 4일 “국민 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향후 진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일선 법원은 재판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등 혼란 없이 정상 가동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에 대해 “차후에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법 위반이) 사실이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어려운 때일수록 사법부는 본연의 임무를 더 확실하게 하겠다”며 “사법부 본연의 역할이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일이기 때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른 아침 입장문을 통해 “어젯밤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 등 국가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었다. 뒤늦게나마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계엄이 해제된 데 대해 국민과 함께 안도한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사법부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사법부는 추호의 흔들림 없이 국민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 계엄 선포 소식에 당혹스러운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늦은 밤과 새벽 간부들은 법원행정처로 다시 출근해 대처 방안을 논의했고, 조 대법원장에게 관련 상황을 계속 보고했다고 한다.

법원행정처의 한 간부는 “국회에서 오전 1시쯤 계엄 해제를 요구하고, 그 이후 대통령 계엄 해제 선언까지 나오는 상황을 계속 지켜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계엄 상태가 유지되든, 해제되든 사법부는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의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입장이었다”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내부적으로는 계엄법과 관련 판례에 대한 분석, 계엄이 유지될 경우 향후 일반 재판들에 미치는 영향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토 사안은 조 대법원장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됐다. 긴장하며 지켜보던 법원 관계자들은 계엄령이 해제되고 나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헌재 업무는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 사무처는 오전 중 간부회의를 열어 지난 밤 새로 접수된 헌법소원 등에 대한 현황을 파악했다. 간밤에 헌재에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인지를 따 달라는 헌법소원 등이 새로 접수됐다.

문형배 헌재소장 직무대행은 이날 출근길 “계엄의 위헌성에 대해 헌법재판소도 회의를 하느냐”는 질문에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계엄사령부 포고령 위헌성 논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문 대행은 “정국이 혼란스러울수록 헌법이 작동돼야 한다 생각한다”며 “헌재는 비상상황에 신중하게, 그러나 민첩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