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비극 겪은 제주, 尹 계엄에 밤새 가슴 쓸어 내려”

입력 2024-12-04 14:46 수정 2024-12-04 17:20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에 해제한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장 대합실에서 중화권 이용객들이 계엄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제주 도민사회에서 윤 대통령의 사퇴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4·3이란 큰 비극을 겪었던 제주에선 급작스런 계엄 선포에 많은 사람들이 밤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주지역 노동시민단체들은 4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군경을 동원해 불법적인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장관을 즉각 구속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리는 2024년 한국사회에서 가장 반민주적인 인물에 의해 군과 경찰이 사적으로 동원되는 친위 군사반란을 목격했다”며 “1948년 4‧3항쟁을 피로 물들였던 시작이 불법적인 계엄령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민들은 비상계엄 선포를 보면서 4·3당시 불법계엄을 떠올리고, 다시 과거의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지 밤잠을 설쳤다”며 “제주지역 시민·노동단체는 오늘부터 제주시청 앞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윤석열 퇴진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도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에 규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납득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주권자인 국민과 반헌법적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운동에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4·3기념사업위원회는 군경에 대해서도 “4·3 당시처럼 그 총부리를 시민들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며 “4·3 당시 잘못된 권력에 맞섰던 한 경찰서장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 주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내란 행위이자 탄핵 사유”라며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비록 해제했다고 해도 불법 계엄은 용서받을 수 없고, 대통령의 내란 행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데 대한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진보당 제주도당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제주도당도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을 내란죄로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진보당 제주도당은 이날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치는 정당연설회를 열었다. 제주도기자협회와 제주지방변호사회도 각각 성명을 내 불법 계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강력 촉구했다.

제주지역에서는 4일부터 대통령 퇴진 시위가 본격화된다.

제주지역 21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은 ‘윤석열정권퇴진 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을 구성하고, 오늘 오후 7시 제주시청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요구 제주도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조합원들에게 “총파업 지침에 따라 현장을 멈추고 내란죄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민 비상행동을 진행한다”고 긴급투쟁방침을 발표했다.

4일 오전 8시 제주도청에서 오영훈 제주지사(사진 가운데) 주재 긴급 회의가 열리고 있다. 제주도 제공

한편 제주도는 전날 대통령 계엄 선포 한 시간 뒤인 밤 11시30분쯤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을 중심으로 상황 판단회의를 개최했다.

이어 새벽 1시30분 오영훈 제주도지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해병대 9여단, 제주경찰청 상황실과 영상 회의를 가졌다.

오 지사는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군·경 상황을 전달받고 “불법적인 계엄 선포이기 때문에 명령이 와도 응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오 지사는 이날 낮 12시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