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상계엄 사태 여파에 재계도 초비상…“긴급 사장단 회의 소집”

입력 2024-12-04 09:46 수정 2024-12-04 09:50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 긴급 비상계엄 선포 사태 직후 국내 기업들은 비상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가뜩이나 내년 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에서 혼란스러운 정국 상황이 더해지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SK, LG, HD현대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날 오전부터 긴급 회의를 소집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는 등 향후 경제계에 미칠 파장 점검에 나섰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는 주요 경영진 회의를 연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그룹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LG는 이날 오전 계열사별로 비상 대책 회의를 소집해 금융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해외 고객 문의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여의도에 사옥이 있는 LG는 이날 새벽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비상계엄 관련 여의도 상황이 좋지 않아 트윈(사옥) 동관, 서관 모두 재택근무를 권고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앞서 HD현대는 이날 오전 7시 30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경제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각사별 대응 전략을 수립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국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사 사장들은 비상경영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특히 환율 등 재무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 조선 등 생산 현장에서는 원칙과 규정 준수에 더욱 유념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줄 것도 당부했다.

일부 기업 임원들은 전날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하게 사무실로 돌아와 생중계 등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향후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짜는 데 고심하는 분위기다.

경제단체도 이번 사태가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오전에 임원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상의 관계자는 “조속히 정국이 안정됐으면 좋겠다”며 “기업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부처와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재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상법 개정안 ‘끝장 토론회’는 무산됐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준비했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관련 김광일 MBK 부회장 주재 기자간담회도 취소됐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오전 긴급 경영진 회의를 열고 간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사태가 한국 경제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일부 회원사는 해외 거래처 기업으로부터 우려 섞인 전화를 여러 통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혜원 임송수 황민혁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