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통치의 고통스러운 기억 끄집어내”… 외신 지적

입력 2024-12-04 07:48 수정 2024-12-04 10:26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여의도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헬기가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주요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한 상황에 대해 신속히 보도하면서 향후 정치적 파장을 주목했다.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지적부터 군사적 통치에 대한 과거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낸 처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해제했다. 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처음에는 윤 대통령과 군이 국회의 표결을 받아들일지 불투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수요일 새벽 대국민 연설을 또 하고 계엄령을 종료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시간) 화요일 밤 윤 대통령의 이례적인 선포는 많은 국민을 분노하게 했으며(outraged) 1980년대 후반 한국이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전 한국에서의 군사적 통치 방식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명령은 겨우 6시간 정도 지속됐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민주주의로 알려진 한국에서 이것은 광범위한 파장(wide-reaching ramifications)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배경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한국의 최대 박빙 선거 중 하나에서 승리했으나 곧바로 많은 스캔들에 휩싸였다”며 “불필요하게 보인 여러 (정부) 조치와 함께 스캔들로 인해 그의 지지율은 급락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소중한 동맹국 중 하나(한국)에서 정치적 혼란을 초래했으며 평화적 반대를 억압하고 경찰국가를 만들었던 전후 독재정권(dictatorial regime)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윤 대통령의 책략(ploy)은 긴박한 밤사이에 역효과를 낳았으며 서울에서 해가 뜰 무렵에 그는 한발 물러섰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윤석열정부는 군대가 국회를 포위하고 의원들이 군 통치에 반대하는 투표가 진행된 긴장된 정치 드라마의 밤 동안에 선포했던 계엄령을 해제했다”고 전했다.

허드슨센터 38노스의 나탈리아 슬래브니 연구원은 AP에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은 정치적 다원주의의 강력한 역사가 있으며 대규모 시위와 신속한 탄핵에 낯선 나라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날 홈페이지에 빅터 차 한국석좌 등이 작성한 문답 형식의 글을 통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윤 대통은 연설에서 2022년 5월 취임 이후 (공직자) 탄핵 시도를 언급하면서 야당이 ‘입법 독재’를 하고 있어 통치 능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어 “4일 새벽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윤 대통령의 국내적 생존 가능성(survivability)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면서 “계엄령 선포를 뒤집기 위한 국회의 신속한 움직임, 지지율이 10%대인 대통령에 대한 거리 시위 확산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demise)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