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언론도 “민주적 한국인, 비상계엄 용납 않을 것”

입력 2024-12-04 03:01 수정 2024-12-04 03:23
4일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신속히 보도한 중국중앙방송 뉴스 페이지. CCTV 캡처.

중국 언론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해제요구안 의결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한국인들이 평화시 비상계엄 선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윤 대통령이 이번 자충수 때문에 퇴진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소개했다.

중국 관영 CCTV는 3일 밤 윤 대통령이 TV 생중계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뉴스를 속보로 내보냈다.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의 제1호 포고령 발표, 국회의원들의 국회 집결과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도 곧바로 보도했다. 인터넷 뉴스 페이지를 통해서도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해 의원 체포를 시도한다거나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시위 중이라는 속보를 내보냈다.

상관신원은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글로벌전략연구소 왕쥔셩 연구원의 분석을 소개했다. 왕 연구원은 “수십년을 거치면서 민주헌정이 국민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한국에서 평화시기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인은 민주주의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있어 평화시 계엄선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스스로를 파멸시켜 퇴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 언론도 이번 사태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것은 1980년 이후 처음”이라면서 “198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권위주의 지도자들의 시대를 떠올리게 했고 야당과 보수 여당 지도자에 의해 즉각적으로 비난받았다”고 지적했다.

SCMP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전했다. 런던 킹스칼리지 국제관계학 교수인 하쉬 팬트는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했다. 그는 “충격적인 상황”이라면서 “한국 같은 국가가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은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으로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가 오래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권력을 잃을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민주주의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무력에 의한 통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 1980년 광주 민주항쟁 때처럼 오늘날의 군인들이 거리의 시위대를 향해 발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대만 자유시보와 중국시보 등도 관련 속보를 내보냈다. 대만 산리신원왕은 속보에 ‘한국인들이 광주사건의 재연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