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1시부로 돌발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1979년 10월 이후 45년 만이다. 그러나 국회는 계엄 선포 2시간37분 만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고 계엄 무효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의 기습적인 계엄 선포가 법적으로는 한밤의 ‘폭풍’에 그친 것이다.
국회는 4일 1시쯤 긴급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 의원 190명 재석에 19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야당 의원 172명뿐 아니라 표결에 참여한 여당 의원 18명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우원식 국회의장실은 “계엄해제 결의안 가결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라고 밝혔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뒤 “윤 대통령의 이번 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실질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이자 위헌”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23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예고 없는 대국민 담화를 열어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위해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했다. 또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영장 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는 자유대한민국의 연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 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어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며 “저를 믿어 달라”고 말했다.
이경원 박장군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