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이 2025학년도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을 정지한 1심 결정을 뒤집고 연세대의 항고를 받아들였다. 유출 논란을 빚은 논술시험의 추후 절차를 계속 진행해도 된다는 취지다. 연세대는 오는 13일 예정대로 1차 시험 합격자를 발표할 수 있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25-1부(재판장 이균용)는 3일 연세대가 1심 법원의 논술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기각된 후 제기한 즉시항고를 인용했다. 이에 따라 1심 효력정지 처분은 취소되고 시험 절차를 그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학생들에게 학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있어도, 재시험이나 후속 절차 진행 중지를 청구할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립학교의 합격 및 불합격 판정 또는 입학자격, 선발방법 등은 해당 교육기관이 교육 목적 달성을 위해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할 수 있는 재량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논술시험 운영과 감독 과정에서 미흡한 대처가 있었다고 해도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을 중대하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선 자율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고사장과 전체 평균 점수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점, 외부로의 광범위한 유출이 있었는지에 관한 소명이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문제지 사전 배부 및 회수 등으로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재판장 전보성)는 지난달 15일 수험생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문제가 된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후 연세대는 같은 달 27일 1차 시험으로 선발하기로 했던 261명을 유지한 채 오는 8일 2차 시험을 치러 추가 합격자 261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2심 결정에 따라 연세대는 예정대로 오는 13일 1차 합격자를 발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수험생들은 연세대 논술시험을 무효로 해달라는 본안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이 재판 심리는 오는 5일 열린다.
2심 결정 직후 연세대 관계자는 “앞서 발표했던 대로 오는 8일 2차 시험을 그대로 진행하고 2차 합격자 발표 역시 26일 이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는 지난달 12일 실시한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이 오후 2시인 시험시간을 오후 1시로 착각해 오후 12시55분쯤 시험지를 미리 배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지는 오후 1시20분쯤 회수했으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시험 문제지로 추정되는 사진이 유포돼 논란이 됐다.
양한주 김용현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