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위협적인 ‘中 AI 굴기’… 특허·논문 이미 美 압도

입력 2024-12-04 00:01
제8회 중국·남아시아 엑스포에 출품된 로봇개가 지난 7월 25일 중국 윈난성 쿤밍의 행사장에서 한 관람객의 손짓에 반응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정권 이양을 50일도 남기지 않고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발표한 것은 갈수록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는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를 억제하려는 다급함이 작용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중국의 AI 기술은 미국의 턱밑까지 따라왔고, 연구 분야의 양적 수준에서는 이미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정보혁신재단(ITIF)은 지난 8월 중국의 AI 혁신성을 주제로 펴낸 보고서에서 “중국의 AI 분야는 끊임없는 추진력과 전략적인 투자를 토대로 미국을 따라잡거나 능가하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평가했다. ITIF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AI 특허 출원 건수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1만5000건으로 이미 미국(2만7000건)을 압도했다. 생성형 AI 관련 특허에서도 중국 기업·기관은 지난해 상위 1~4위를 휩쓸었는데, 그중 가장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의 보유량은 2000개가 넘었다. 생성형 AI 특허 보유 상위 20위에서 13곳은 중국의 기업·기관이었다.

AI 연구 분야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ITIF는 보고서에서 중국과학원과 칭화대의 지난해 기준 AI 관련 논문 수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구글·유튜브 모기업인 알파벳을 제치고 세계 1,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ITIF는 특히 칭화대를 중국에서 AI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요람으로 지목했다.

중국은 2020년 AI를 실물경제와 융합시키는 원년으로 산업구조 고도화와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다. 이듬해인 2021년 3월 양회에서 통과된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규획 및 2035년 장기 목표에서 AI를 2035년까지 완성할 7대 첨단 과학기술의 첫 번째로 제시했다.

한국무역협회가 2021년 7월 공개한 ‘중국 AI 산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의 85.5% 수준으로, 유럽(89.5%)에 이어 3위로 평가됐다. 협회는 당시 보고서에서 중국의 AI 산업 규모는 2020년까지 1500억 위안(약 28조8300억원)으로 파악됐고, 2025년에는 4500억 위안(약 86조5000억원)으로 3배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세계 1위 AI 강국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제조업과 의료 분야에서는 물론, 교통을 포함한 도시 인프라에도 AI를 접목하고 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면 자동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면 인식 기술이 대표적인 AI 상용화 사례로 꼽힌다.

중국의 AI 굴기를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통상 압박을 놓고 이미 ITIF 등 싱크탱크에서는 비관론이 제기됐다. ITIF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광범위한 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중국의 AI 생태계를 발전시킨 자극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