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김건희 특검’ 입장 모호 지적에 “중요한 문제, 신중하게 판단”

입력 2024-12-03 18:17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여성정치아카데미 1기 개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3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과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중요한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모호함이라고 치부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서울여성정치아카데미 1기 개강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정당이고 의견이 다양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대표는 특검법 재표결 때 이탈표 방지를 위해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집단 기권하는 안이 당내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된 것을 두고는 “그런 편법을 동원할 경우 국민이 크게 비판하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이어 “한번 아이디어 차원에서 떠올려본 이야기 아닌가 싶은데,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없지 않나”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최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찬반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한 대표가 특검법 재표결을 두고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원게시판 사태에서 촉발된 친윤계 공세에 친한계의 재표결 캐스팅보트로 대응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면 오는 10일 재표결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다.

친윤계에서는 한 대표의 이런 스탠스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전날 의총에서는 한 대표가 입장 표명을 유보하는 점을 두고 “전략적 모호성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이런 식으로 분열해서는 다 죽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친한계는 이런 당내 비판에 부글부글 대는 중이다. 친한계 한 핵심관계자는 “틈날 때마다 당대표를 끌어내리겠다고 그렇게 흔들어대더니 정작 급할 때는 당대표가 앞장서서 특검법을 막아달라고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로지 특검을 막기 위해 뽑힌 결사대인가”라고 지적했다. 친한계 내에서는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명태균씨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친한계가 재표결에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아직까지는 지배적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의원은 “이탈표 발생으로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한 대표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현재 한 대표가 취하는 스탠스는 당원게시판 사태 등으로 벌어진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일시적인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