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소리’ 나오는 집값… 1인 가구, 소득 20% 주거비에 쓴다

입력 2024-12-03 15:38
연합뉴스

전국 1인 가구의 주거비 지출이 전체의 20%를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인 가구의 소득 수준은 전체의 60%에 불과할 정도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데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껑충 뛰면서 유탄을 맞은 것이다.

한국은행이 3일 내놓은 ‘최근 1인 가구 확산의 경제적 영향 평가: 소비에 대한 영향을 중심으로(BOK 이슈 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월세와 수도·광열비 등 주거에 드는 비용이 전체 지출의 20.2%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주거비 지출 비중(14.8%)보다 5% 포인트 이상 높다. 전체의 3분의 1에 이르는 1인 가구가 주거비 부담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한국의 1인 가구 소득은 전체의 60% 수준으로 70%대 후반~90%대 초반인 유럽보다 현저히 적다. 개인 의지로 줄이기 어려운 주거비 지출이 많아지자 이들은 소비를 줄이고 있다. 소비 지출을 가처분 소득으로 나눈 값인 ‘평균 소비 성향’을 보면 1인 가구는 2019년 0.78%에서 2023년 0.74%로 감소율(5.8%)이 가장 높다. 같은 기간 4인 가구 감소율은 0.5%에 그쳤다.

한은은 1인 가구의 소비 위축 원인으로 주거비 상승뿐 아니라 물가 상승, 임시직·일용직 중심 고용 충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1인 가구는 다른 가구원과 위험을 분산할 수 없는 상황이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 증가와 경제 위기에 따른 소득 감소라는 무거운 짐을 혼자 져야 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전체 소비를 제약하는 주원인이 됐다.

한은은 민간 소비를 확대해 경제 활력을 되살리려면 1인 가구의 주거 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재호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은 뉴시스에 “내수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한 방안으로 1인 가구의 높은 주거비 부담을 해소할 주거 안정 대책이 절실하다. 고령층은 열악한 소득과 고용 문제를 해결할 빈곤 대책이 필요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내수 회복을 위해 연말정산 소득 공제율 인상을 골자로 한 소비 진작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연말 일정 기간 신용 카드 사용액 중 전년 대비 증가한 금액에 대해 한시적으로 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이다. 앞서 정부는 하반기 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해 공제율을 10%에서 2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더 높이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중소기업 직장인에게 휴가비를 지원하거나 국내 여행 대상 숙박 쿠폰을 주는 등 간접 내수 지원 정책도 나올 수 있다. 세대별, 계층별로 지원금을 주는 정책도 대안으로 제기되지만 대통령실은 이런 현금 살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정부는 불법 채권 추심을 근절하고 대출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추가 민생 대책 또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