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도 연금 드려요” 벨기에 ‘성노동법’ 첫 시행

입력 2024-12-03 13:30
AP 연합뉴스

벨기에에 사는 성매매 노동자들이 연금 등 각종 사회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2일(현지 시각) 미국 방송 CNN에 따르면 지난 5월 벨기에 의회에서 가결된 성노동자를위한보호법이 전날 시행됐다. 세계 최초의 성매매노동법으로 평가받는 이 법은 성매매 노동자가 고용주와 근로 계약서를 써 각종 사회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성매매 노동자도 일반 근로자처럼 연금과 출산 휴가, 건강보험, 실업 수당 등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이 법에는 원치 않는 성 매수자를 거부할 권리와 성행위를 언제든 중단할 권리, 고용주의 일방적 해고처럼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도 있다. 고용주 자격 또한 규정돼 있다. 성폭행과 인신매매 등 범죄 전력이 없는 사람만 정부로부터 성매매 사업 허가증을 받을 수 있다. 고용주는 또 방 안에 콘돔과 깨끗한 침구, 비상 버튼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자녀를 다섯 명 둔 소피라는 이름의 성매매 여성은 영국 방송 BBC와 인터뷰에서 “임신 9개월 차까지도 일해야 했다. 출산을 일주일 앞두고 고객과 성관계를 맺는 등 다섯 아이의 엄마 역할과 일을 병행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다섯 번째 아이를 낳았을 때 6주 동안 쉬어야 했지만 돈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면서 유급 출산 휴가가 있었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기에의 성매매 노동자 관련 단체와 인권 운동가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성매매 노동자 연합 UTSOPI의 멜 멜리셔스는 SNS를 통해 “성매매노동법 시행으로 이 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린 킬브라이드 휴먼라이츠워치(HRW) 연구원은 BBC에 “모든 국가가 벨기에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벨기에 일각에서는 성매매노동법이 온라인을 통해 자영업 형태로 일하는 성매매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이 법만으로는 인신매매를 통한 성 노동 강요와 착취, 학대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