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김광석의 기타를 고친 남자. 류주석(53) 버드뮤직 대표는 기타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어쿠스틱 기타 브랜드 테일러 기타(Taylor Guitars)에서 엔지니어 최고 레벨인 ‘골드레벨’ 인증을 한국인 최초로 획득하며 주목받았다. 그의 유튜브 채널 ‘류주석의 통기타 때려잡기’와 여러 기타 교재로 통기타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제법 이름을 알린 류 대표지만 자신의 성취를 개인적 영광이 아닌 하나님의 선물로 여긴다고 했다.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버드뮤직 본사에서 만난 그는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통해 찬양과 사랑을 전하고 싶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악기 그 이상을 꿈꾼다
류 대표가 이끄는 버드뮤직은 단순히 악기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버드뮤직은 기타 구매 상담부터 A/S, 개인지도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하며 기타를 매개로 신뢰와 전문성을 쌓아왔다. 류 대표는 “기타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연주자와 소통하고 하나님과 연결되는 도구”라며 “버드뮤직이 더 많은 연주자에게 기타의 가치를 전달하는 허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버드뮤직은 국내 기타 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수 이무진과 YB밴드 등 유명 예술가들이 새 기타를 찾거나 수리가 필요할 때 류 대표를 찾는다. 류 대표 자신도 기타리스트 겸 가수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의 전문성은 까다롭고 중요한 작업일수록 빛을 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 김광석의 기타 복원이다.
“김광석 선배가 생전에 쓰던 마틴기타를 수 개월간 관리하며 이후 미국 마틴기타 본사에서의 복원 프로젝트에도 동행했습니다. 악기를 통해 그가 어떤 방식으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는지 손때와 흔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기타는 연주자의 삶과 성격이 담긴 도구입니다. 전설의 도구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던 그 작업은 지금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골드레벨을 받기까지
올해 테일러 기타에서 골드레벨 인증을 받은 건 기타 연주자이자 제작자, 수리 전문가로 다양한 역할을 맡아온 그가 자신의 커리어의 정점을 찍던 순간이다. 인증을 받기까지는 적지 않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했다. “테일러 기타의 골드레벨 인증은 미국 본사 수준의 리페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는 겁니다. 2015년 실버레벨을 획득한 후, 골드레벨까지 도달하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그는 10년의 도전 끝에 올해 10월 25일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골드레벨 보유자가 됐다. 다른 골드레벨 보유자인 일본인 엔지니어는 테일러 직원어서 외부인으로서 거둔 쾌거로 평가 받는다.
테일러 기타는 전통적 장인정신과 현대적 혁신을 결합해 50년 만에 세계 시장에서 마틴 기타를 넘어서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류 대표는 테일러 기타의 성장 철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테일러 기타는 단순한 제조사가 아니라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며 “그 정신을 배워 제 일터에도 적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테일러 기타의 레벨 인증을 연주자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명의가 되는 훈련 과정으로 비유했다. 그는 “기타 제작과 연주, 수리의 모든 과정을 이해하는 깊이가 필요했다”며 “그 과정을 통해 연주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엔지니어가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기타와 신앙, 삶을 연결하다
그의 기타 여정은 중학생 시절 친형이 사 온 기타로 시작됐다. 이후 19살에 프로 연주자로 활동을 시작했고 해군홍보단에서 복무하며 가수 ‘토이’, YB 허준 등과 음악 활동을 했다. 제대 후에는 기타 교재 ‘류주석의 통기타 때려잡기’(세광D)를 집필하며 본격 교육자로서의 길을 열었다.
기타는 류 대표에게 신앙생활의 결과와도 같다. 그의 신앙과 기타는 밀접히 연결돼 있다. “제 음악적 실력은 교회에서 형들에게 배운 것이 전부입니다. 교회에서 찬양 인도를 하며 익힌 실력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있죠.” 그는 현재 서울 노원구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 집사로 봉사하며 기타를 사역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교회의 각 부서가 해외 단기선교를 갈 때마다 기타를 한 대씩 준비해 전달하며 작은 교회와 교도소에도 기타를 기증하고 있다. 그는 “비싼 기타가 아니더라도 찬양의 도구로 쓰이는 악기가 돼주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기타를 수리하는 일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사명으로 여긴다. “기타를 손보며 연주자의 마음과 성격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타를 맡기며 불편했던 마음이 수리가 끝난 후에는 편안해지는 걸 볼 때마다 하나님이 제 손을 통해 일하심을 느낍니다.” 그는 작업장에 도착하면 늘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버드뮤직의 성장과 함께 선교와 봉사 활동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류 대표의 꿈이다. 그는 “작은 교회와 선교지에서 우리의 기타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며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작은 교회나 선교지를 돕는 일을 늘려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하나님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끝으로 “제가 만난 사람들, 기타를 통해 연결된 모든 분과 함께 밝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터에서 묵묵히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